조흥은행 노조의 총파업이 나흘만에 막을 내렸다. 노ㆍ사ㆍ정이 어제(22일) 오전 10개항의 합의문에 극적으로 서명함으로써 월말을 앞두고 우려됐던 사상 초유의 금융대란 사태는 막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동안 합병시기와 방식을 놓고 노조와 신한지주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이 막판 대타협에 이르게 된 것은 이번 사태의 장기화가 가져 올 부(負)의 효과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바닥인 우리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으며, 또 여론마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다는 점에서다. 특히 고객들의 집단 예금인출 사태는 자칫 은행의 존폐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조에는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파국을 면하게 돼 천만다행이나 뒷맛이 씁쓸하다.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은 애초부터 뚜렷한 명분이 없었다. 우선 매각반대도 그렇다. 정부는 조흥은행의 부실을 매꿔주기 위해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국민의 혈세다. 정부로서는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이를 회수, 국민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이 책무이기도 하다. 또 은행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대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노조는 갑작스레 파업에 들어가 고객들에게 재산상 피해는 물론 불편을 안겨줬다. 고객들을 볼모로 한 집단 이기주의나 다를 것이 없다. 정부는 불법파업과 관련, 민ㆍ형사상 책임을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이번 노ㆍ사ㆍ정간에 서명된 10개항의 합의사항을 보면 조흥은행 노조는 실리면에서 얻어낼 것은 거의 얻어냈다. 우선 3년간 독자경영과 고용을 보장 받은 데다 통합전까지 조흥은행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키로 한 것이 그렇다. 임금도 3년안에 신한은행 수준으로 인상하되 그 내역은 첫해 30%ㆍ 2년째 30%ㆍ3년째 40%로 하기로 했다. 쟁점 사항중 하나였던 `조흥은행`이라는 브랜드 사용은 통합 때 재론키로 했다. 이렇다 보니 노동 현장마다 큰 목소리가 안 나올 수 없게 됐다.
조흥은행 파업사태의 종결로 금융산업계의 동요는 진정됐지만 노동계는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하투`(夏鬪)로 뒤숭숭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이 파업예고와 함께 산하 산별노조가 일정을 제시, 산업장이 술렁대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힘들 때는 노조도 협조하는 것이 건전한 노사문화의 바탕이다. 일본의 노조가 올들어 무(無)쟁의에, 임금인상 자제를 선언한 것이 그 한 예(例)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일본경제가 최악이라는 현실을 인식한 데서 나온 `회사 살리기` 자세다. 노ㆍ사가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제 몫만 주장하는 기업치고 잘 되는 곳도 없다. 이번 조흥은행 파업사태는 실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권홍우기자, 이진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