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들 사납금못 채워 교대지연 일쑤/개인면허는 5천만원 거래/기업임원 운전기사 대신 「모범」 계약이용도국제통화기금(IMF)으로 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긴축바람이 택시업계를 강타, 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개인택시 면허가격은 급등하는 등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또 장거리 승객은 크게 주는 반면 단거리 승객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자가용운전기사를 두는 대신 출퇴근시 모범택시 정기이용을 계약하는 사례가 느는 등 IMF시대 택시업계에 신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6백50여명의 모범택시회원을 두고 있는 서울 강서구 모범택시콜 조합 「울림터」의 경우 모범택시 콜 신청이 올들어 하루평균 3천여건이나 됐지만 12월들어서는 1천8백여건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 조합에서 콜 신청을 접수하는 김모양은 『12월에는 송년회 등 모임이 많아 콜 신청이 평소보다 크게 느는 것이 상례인데 이처럼 주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며 『IMF시대에서 맞는 이번 겨울은 혹독한 겨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입이 떨어진 것은 일반 택시업계도 마찬가지.
「동서울 택시」 강대남관리부장은 『택시 수입이 하루 대당 2만원가량 줄어들었다. 수입이 안좋아 떠나는 기사도 많아서 전체 60대중 12대 가량은 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운전기사들은 예전에는 대부분 교대시간 30분 전에 차고지에 들어왔지만 요즘에는 하루 사납금을 채우지 못해 교대시간보다 1시간 가량 늦게 들어오는 것이 보통이다.
이같은 현상은 시민들이 택시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교통비로 지급하던 택시비를 버스비로 전환하는 등 택시이용 자제운동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개인택시면허를 사려는 사람들은 급증하고 있다.
대량해고 시대에 개인택시를 「만년직장」으로 여겨 퇴직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를 끝으로 더이상 개인택시면허를 발급하지 않기로 해 개인택시면허에 대한 희소가치는 더욱 높아진 상태다. 서울 중고차매매시장에 따르면 개인택시 면허가격이 연초보다 8백만원가량, 최근 10일새 5백만원가량 급등, 현재 5천만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이와함께 자가용 운행을 중단한 오너운전자들이 장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집 근처에선 택시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이채다. 자가용은 물론 운전기사까지 두던 기업체 고위 간부들이 출퇴근시만 모범택시를 이용하는 계약을 맺는 사례도 늘고 있다.<오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