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유대인 동네로 불리는 저장성 원저우(溫州)시 정부가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개개 시민에게 연 최고 2억 달러까지 해외 직접투자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현재 개인의 해외 투자한도를 연 5만 달러로 제한하는 등 국내 자본의 해외투자 행위 등 자본시장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중국당국이 해외투자 자유화 시범 지역으로 원저우를 선정한 것은 이 도시가 의류 공장 사장부터 광산 소유자에 이르기까지 재력이 막강한 기업가들이 밀집한 곳으로 해외투자 수요가 높아 자본자유화 대상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 넘쳐나는 달러화를 밖으로 퍼냄으로써 시장의 위안화 절상 압박을 완화하는 포석도 깔려있다. 시범 도입 후 문제가 없을 경우 차츰 여타 주요 도시로 실시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근처의 중국 동부 해안도시인 원저우 상인은 무시 못할 재력을 바탕으로 중국 서북부 샨시성의 석탄 광산 인수부터 주요 도시의 부동산 사재기 등 돈 되는 것이면 어디든 나타나 경제적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 중국의 유태인으로 불린다. 지난해는 농산물 가격 급등세에 편승해 마늘 등 농산물을 매집한 데 이어 중국 당국의 은행대출 축소로 시중 돈줄이 막히자 고리대금업에 발 빠르게 뛰어들기도 했다. 원저우시의 새 규정에 따라 한 건당 개인 투자한도는 300만 달러로 제한되며 개개 투자건의 상한선은 1,000만 달러이다. 원저우시는 금융, 에너지, 광산업종을 제외하고 해외기업 설립 및 인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원저우시의 한 관계자는 "원저우 상인은 이미 해외 유령 금융회사 등을 통해 불법으로 해외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해외 투자기업이 500여 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인구가 800여 만 명인 원저우시는 이미 80여 만 명의 원저우 상인들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원저우에 떠돌고 있는 민간 자본은 1,5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저우시 정부는 웹사이트 발표문에서 "이번 자유화 조치로 그 동안 불법으로 이뤄지던 해외투자를 합법화해 양지에서 해외투자 수요를 관리하고 국내외 자본이동을 체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발 빠른 투자로 유명한 원저우 상인은 지난 2009년에는 두바이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가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20억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화상들의 10분의 1이 원저우 상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에 앞서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외화를 국내에 송금하지 않고 해외에 유치할 수 있도록 허용 한데 이어 인민은행이 외국인직접투자와 주식거래를 포함하는 자본시장의 자유화 조치 확대를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