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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ADHD 오해와 진실(7)

'주의력 결핍 치료제는 공부 잘하게 하는 약' 오인 하지 말아야

이대환 노원서울아이클리닉 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 아이와 엄마가 병원을 찾았다. 아이는 평소 학습태도가 그렇게 산만하지도 않고 성적도 초등학교 1ㆍ2학년 때는 상위권에 들었다고 했다. 엄마가 늘 일일이 숙제나 준비물 등을 챙겨줘야만 했지만 엄마의 말에는 순응적인 편이었다. 시험을 치면 4지 선다형 문제에서 보기를 다 읽지 않아 틀리는 등 사소한 실수가 잦아 평소 실력보다 점수가 낮게 나오기는 했지만 다시 그 문제를 엄마가 옆에서 지켜보면서 풀면 거의 다 맞혔다. 때문에 엄마는 그저 남자아이인데다 좀 덤벙대는 성격 때문에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갈수록 공부한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고 4학년이 돼서는 성적이 하위권까지 떨어졌다. 아이와 면담ㆍ심리평가를 해보니 지능은 우수 수준이 이었으나 집중력 검사에서는 부주의하고 작업 기억력의 저하 소견을 보였다. 우울증이나 다른 정서적인 문제는 없었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부주의타입으로 진단을 내리고 약물치료와 함께 학습지도를 시작했다. 치료 후 학습태도가 개선되고 시험시 실수가 많이 줄어서 성적은 다시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ADHD 치료제는 위의 주 증상의 정도를 약화시키고 부모와의 관계, 학교 생활, 친구 관계 등을 호전시켜서 다양한 공존질환의 발생을 막는 효과를 가져온다. ADHD 치료약은 ADHD 증상을 호전시킴으로서 학습에 도움을 준다. 그러다 보니 일부 부모들이 ADHD 치료제를 '공부 잘하게 되는 약'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ADHD 치료약이 정상 아동들에게 학습능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을까. 한마디로 얘기하면 ADHD 치료제는 질환을 치료하는 약이지, 정상아동에게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이 아니다. ADHD 치료제 개발 후 학습능력과 관련된 연구는 지난 1960년대 외국에서 발표된 논문 한편이 있을 뿐 연구의 윤리적 측면 때문에 실제 광범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자료가 거의 없다. 이 논문에서는 ADHD 아동이 아닌 일반아동에서 약 복용 뒤 울렁거림, 토할 것 같은 느낌 등 부작용이 먼저 나타나 학습능력이 높아질 때까지 복용하기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소아청소년 정신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은 엄격한 진단 과정을 거쳐 ADHD로 확진된다. ADHD로 인해 유발되는 학습 장애인 경우 치료제 복용을 통해 ADHD 증상인 주의력 결핍 증상이 개선되면서 학습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환아들에게 공부를 잘하게 하려고 또는 머리를 좋아지게 하려고 ADHD 치료제를 처방하는 일은 없다. 때문에 단순히 공부 잘하는 약으로 오인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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