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해 외국인 순유입 자금이 사상 최대로 늘어났지만 비교적 장기적인 투자성향이 유지되고 있어 핫머니로 인한 외환ㆍ자본시장 교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을 시작으로 선진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부 신흥국가에서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핫머니는 아닌 것으로 판단= 한은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98년부터 장기투자 성향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주식을 얼마나 자주 사고 팔았는지 알아보는 매매회전율을 비교해보면 외국인의 경우 지난해 73.84%를 기록해 전체 평균 매매회전율 194.2%를 크게 밑돌았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경우 외국인의 3~4배, 개인투자자는 최고 10배 이상의 사고 팔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번 발표에서 이례적으로 헤지펀드의 투자 규모를 추정했다. 헤지펀드로 보이는 투자잔액은 33.9억 달러로 전년보다 10억 달러 이상이 늘었지만 전체 투자잔액에서의 비중은 2.9%로 지난 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흔히 헤지펀드는 단기성향으로 알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진 않다”며 “투자회사나 은행도 기간이나 상황에 따라 유출입을 수시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관계자들도 최근 들어 정부의 환율방어를 기회로 삼아 환차익을 노린 세력이 들어온 것으로 보이나 우량종목을 골라 사는 세력은 핫머니로 보기 어렵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급격한 유출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지난해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이 많이 유입된 것은 미국 등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호전된 데다 국내 주가가 저평가 됐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실제로 북핵, 이라크전쟁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던 지난해 1ㆍ4분기에 외국인투자자금은 순유출을 기록했으나 미국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ㆍ4분기에는 큰 폭의 순유입세로 반전됐다. 국내주가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7에 불과,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낮았다는 점도 작용했다.
다만 금리상승으로 올 하반기 자본유출이 시작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유동성이 여전하고 국내주가는 여전히 저평가 돼있는 상황에서 투자자금은 올해도 계속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은호성 한은 국제국 차장은 이날 `작년 국제금융시장의 특징과 올해의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거나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는 일부 신흥시장국의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을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는 미국의 경제회복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국제자금의 흐름이 변하면서 최소한 지난해만큼의 투자자금이 유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시아 신흥시장의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했던 국제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