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가까이 공석이던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자리에 사상 최초로 여성이 지명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연임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차기 의장,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에 여성이 오르는 등 글로벌 정ㆍ재계에서 여성파워가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야이드 라피드 재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현 중앙은행 부총재인 카르닛 플럭(사진ㆍ58)이 지난 몇 달간 총재 대행으로서 훌륭한 업무 수행능력을 보여줬다”며 “그를 차기 총재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야당도 “남녀평등을 위한 좋은 본보기”라며 환영하고 있어 그가 무난히 차기 총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자리는 벤 버냉키 현 연준 의장의 스승으로 유명한 스탠리 피셔 전 총재가 지난 6월 퇴임한 이후 112일간 공석이었다. 그동안 JP모건체이스인터내셔널 회장인 제이컵 프렌켈과 텔아비브대 교수인 리어나도 라이더먼이 후보로 지명됐으나 모두 부적절한 사생활이 도마에 올라 자진 사퇴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총재 자리가 오랜 시간 채워지지 않고 있다며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플럭 부총재가 차기 총재로 지명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동시에 피셔 전 총재의 수제자로 그와 같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비둘기파’로 유명해 향후 주가 및 채권 가격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투자회사인 네수아게멜앤팬션의 투자책임자인 로넨 매트먼은 “올해 안에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며 “주가와 채권가격이 호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가 플럭 부총재를 차기 총재에 지명한 것이 성명 내용과는 달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플럭 부총재를 차기 총재에 앉혀야 한다는 주장은 피셔 전 총재가 사퇴 의사를 밝힌 지난 1월부터 나왔는데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발이 넓은 인물이 차기 총재가 돼야 한다”며 버텨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준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다 낙마한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에 총재직을 제안했다 그가 이를 거절하자 더 이상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한 네타냐후 총리가 마지못해 플럭 부총재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