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장의 스케치에서 건진 단 하나의 디자인.' 조두환 SK건설 토목기술팀 과장은 창녕 우포늪 따오기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합천보 디자인의 탄생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낙동강 20공구 합천보 디자인의 준비기간은 불과 한달. 발주처인 정부는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문화나 역사 등 그 지역만의 특색을 보의 디자인에 담을 것을 주문했다. 곧바로 지역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창녕ㆍ합천ㆍ의령 등 3개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있는 합천보의 지역적인 특색을 규정 짓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때 한 직원의 머리를 스친 것이 습지보호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 등록습지인 창녕 우포늪이었다. 주제를 '생태 복원'으로 잡은 SK건설은 결국 우포늪의 명물인 따오기를 보의 디자인에 담기로 했다. 이후 10여명의 디자인 전문인력이 투입됐고 수백장의 스케치가 버려졌다. 조 과장은 "사실상 회사 전체가 이 일에 투입됐다고 보면 된다"며 "수익보다도 자존심이 걸린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일반에 공개된 4대강 살리기 사업 보의 모습은 이 같은 산고를 치른 끝에 탄생했다.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1차 턴키 입찰에 대부분 참여한 만큼 각 업체는 자사의 토목 경쟁력을 과시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그 결과 4대강 살리기 사업 16개 보의 디자인은 국내 수자원 토목 분야 디자인의 새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건설ㆍGS건설ㆍSK건설ㆍ대림산업이 각각 2개 공구씩을 따냈고 삼성물산ㆍ대우건설ㆍ두산건설ㆍ포스코건설ㆍ삼성중공업ㆍ한양ㆍ현대산업개발 등이 1개 공구씩 사업을 진행한다. 4대강에 만들어지는 보 디자인은 모두 지역의 지리ㆍ역사ㆍ문화적 특색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필요할 경우 일부 구간을 개방할 수 있는 가동(可動)보 형태로 유속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고 지역주민들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개방형으로 설계해 4대강을 지역 주민들의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특색 있는 보로 꼽히는 것은 낙동강 강정보(대림산업), 낙동강 합천보(SK건설), 영산강 승촌보(한양건설), 금강 부여보(GS건설) 등이다. 낙동강 강정보는 후기 가야시대의 중심이라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가야금과 수레바퀴 토기 등의 유적을 보의 디자인에 반영했다. 보 한쪽에 자리잡은 친수 공간은 가야금의 현을 형상화해 보 전체가 하나의 악기처럼 보인다. 영산강 승촌보는 영산 재탄생이라는 지역적 특색을 반영해 '생명의 씨알'이라는 콘셉트로 나주시의 특산물인 나주쌀을 형상화했다. 희고 커다란 쌀알 기둥이 보를 든든히 받혀 주게 된다. 금강 부여보는 백마강을 지키기 위해 돌아온 계백장군의 계백위환(階伯衛還)을 테마로 말을 타고 백마강을 바라보는 계백장군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부여보의 치수, 이수 개념을 현대적 수문장의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2년 후에 완공될 이들 보 주변으로는 자전거도로는 물론 물놀이 시설과 생태공원 등이 골고루 들어서 지역 주민들의 삶도 새롭게 디자인된다. 한강 유역에서 큰 관심을 끄는 사업은 팔당댐에서 충주댐을 잇는 305㎞의 자전거 길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서울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로 애용될 한강 이포보(대림산업)에는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중 광장과 모래비치를 넣은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여주보(삼성물산)에도 해시계를 형상화한 세종광장이 들어선다. 금강은 '백제 문화의 보고(寶庫)'로 변모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금강 개발의 주요방향은 백제 문화유산과 연계한 지역발전이다. 강 복원을 통해 관광 사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주 금강과 백마강을 잇는 총 연장 67㎞의 뱃길 복원 사업이 완료되면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보가 탄생함에 따라 인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관광명소 역할까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에 설계된 16개 보에는 대부분 자전거 접근이 가능한 다리가 설치되고 전망대 등이 마련돼 여가시설로 활용된다. 더불어 보 주변에는 다양한 어종이 이동할 수 있는 어도를 만들어 생태계를 보호하고 여울 및 하중도(河重島ㆍ하천 가운데 만든 섬)를 설치해 이동 어류의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정부는 또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목표를 4개강 살리기 사업에서 구현하기 위해 보의 저수로 양 끝에는 소수력 발전소를 설치해 2억7,848만㎾h의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