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WTO "자국산업 살리기 그만" 경고

英·獨·佛등 대규모 구제조치발표 잇따르자<br>"국가지원·보조금 금지규정 위반소지" 지적


경기침체의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해 전세계 각국이 펼치는 다양한 구제조치들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가 강하게 경고했다. WTO의 이번 경고는 특히 영국ㆍ독일ㆍ프랑스 정부가 자동차 및 에어버스 등 자국 산업에 대한 대규모 구제조치를 발표한 시점에 맞춰 거론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파스칼 라미(사진) WTO 사무총장은 2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 들어 주요국들이 속속 파산상태에 빠진 자국 은행과 자동차 기업들을 구제하는 조치를 내놓는 것은 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과 보조금 지급을 금지한 WTO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WTO 153개 회원국에 배포된 이 보고서는 “그간 취해진 구제조치들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세계무역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 속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이것이 (WTO가 금지하고 있는) 국가 지원이나 보조금 형태일 경우 결국 다른 산업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은 물론 공정한 경쟁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미 총장은 “구제조치들에 포함된 현금 지원과 부실채권 보증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들이 WTO 규정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WTO가 다자 간 공정 무역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면서 “이를 위해 결렬된 도하 라운드 협상을 시급히 재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해 통상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려 ▦미국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를 지원한 것 ▦스웨덴이 사브와 볼보를 지원한 것 ▦캐나다ㆍ독일ㆍ프랑스ㆍ호주ㆍ아르헨티나ㆍ한국 및 중국 등이 자국 자동차 업계를 구제한 것 등이 모두 WTO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로이터통신은 또 미국과 유럽이 자국 대형 은행들의 악성 부실채권 처분을 지원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 역시 외국 경쟁 은행들에는 불공정한 행위라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이날 수요 감소에 직면한 자국 자동차 완성차 및 부품 업계를 위해 23억파운드(32억달러)의 채무보증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피터 만델슨 영국 산업부 장관은 27일 상원에서 “차 산업을 위해 유럽투자은행으로부터 최대 13억파운드의 차관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하고 친환경 차량에 대한 투자용으로 재무부가 추가로 10억파운드의 채무보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델슨 장관은 “자동차 산업은 지난 여름 이래 가장 급속하게 하락하며 경기침체의 최전방에 있다”며 “자동차 산업은 영국 제조업의 핵심이며 생산능력 및 기술의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자동차 산업 지원책은 구제금융이 아니며 미래 저탄소 경제를 위한 산업 재편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지난해 12월 승용차ㆍ트럭 생산 대수는 전년 대비 49%나 감소하며 지난 1979년 8월 이래 가장 심각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자동차 산업은 85만명 이상의 고용 효과를 유발하는 것 외에 지난해 총 16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 이중 76%를 수출하며 국가경제에 기여해왔다. 독일 정부도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는 프랑스와의 합작 항공사 에어버스를 지원하기 위해 에어버스 구매자들의 금융지원을 용이하게 하는 새로운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경제부의 한 관리는 “독일 국영개발은행(KfW)과 시중은행들이 (에어버스 구매자에게) 시장친화적 대출 모델을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주된 방안은 정부가 대출을 보증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도 이에 앞서 에어버스 구매자 측에 최대 50억유로의 신용을 제공하는 방식의 지원계획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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