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삼성 고위 임원의 부친상 조문을 위해 찾아온 황창규(사진) KT 회장은 장례식장 한 켠에서 전 현직 삼성 임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부산고 선후배 출신들도 오랫만에 자리를 같이했다. 담소 도중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황 회장은 "명함이 떨어졌다"며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황 회장은 요즘 이슈의 한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지난 1월 KT 회장 취임 이후 명예퇴직 발표, 계열사 1등 전략회의 개최 등 KT를 새롭게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만난 황 회장의 표정에서는 'KT'를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초조함이나 어려움보다는 반도체 신화를 쓴 장본인 다운 당당함이 엿보였다. 지인들과 대화에서도 자신감 있는 표정을 잃지 않았다.
황 회장은 이날 장례식장을 3시간 가량 지키며 전 현직 삼성 임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먼저 온 삼성 임원이 자리를 떠나도 황 회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밤 10시가 넘어서야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음을 우회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황 회장은 이날 몇 기자들과 만나 KT 개혁 방안에 대해 "삼성이라면 내가 직접 세게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었겠지만, (KT는) 아직 공기업 성격이 강하다"면서 "아직 드라이브를 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황 회장의 KT 개혁의 한 축은 삼성의 DNA 정신을 심는 것. 최근 계열사 전략회의를 개최, '1등 KT를 위해 싱글 KT'가 되자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싱글 KT'는 황 회장이 추진하는 KT 개혁의 상징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삼성 지인들과 오랫 만에 나눈 담소가 황 회장의 싱글 KT 전략에 어떻게 반영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