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이 우리 경제의 경쟁력 약화의 주된 원인중 하나라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13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임금」자료는 이에대한 또 하나의 확인이다.90∼95년까지 제조업근로자의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14.9%로 87년이래 노동생산성 연평균 증가율 11.1%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이같은 상승률은 경쟁국중 가장 높은 것은 물론이고 1∼2% 수준인 G7국가들에 비해서는 4∼6배나 높았다. 법정 근로시간은 44시간으로 일본(44∼60시간)이나 대만(48시간)보다 적었다.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국민으로 칭찬을 받던 일은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일의 생산성은 떨어지고 그나마 일하는 시간도 적은 데다 임금만 더 받아서야 경쟁력이 생길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같은 임금구조 아래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노동법개정의 배경을 이룬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이나 정리해고제의 기본 바탕은 무리한 임금인상요구를 저지하고 고임금부담을 더는 수단으로 해고를 자유롭게 하자는 것이다. 무노동무임금은 법으로 확정됐고, 정리해고제도 시행이 2년유예되긴 했으나 법제화의 원칙이 섰다.
이런 상황에서 임단협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전경련 기조실장들은 지난달 30대그룹의 임금총액동결을 결의한바 있다. 일부기업들은 이에 호응해 전직원의 임금동결을 선언하고 있고 그중에는 노사가 합의에 의해 동결한 경우도 있다.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동결에 호응하고 있는 것은 임금보다는 고용안정을 중시하는 올바른 현실인식이라고 보고 싶다. 그같은 인식은 최근 현대경제사회 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근로자의 60%이상이 임금보다는 고용안정을 중요하다고 답한 것에서도 드러났다.
이에 비할때 올해의 임금인상률과 관련, 한국노총이 18.4%, 민노총이 10.6%로 각각 제시한 것은 아무리 협상을 전제로한 수치라고는 하지만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노동계가 현실을 보다 직시하기를 바라며, 사용자측도 투명하고 신뢰받는 경영을 통해 이미 바뀌기 시작한 근로자들의 현실인식에 능동적으로 호응해 주기 바란다. 그래서 올해의 임단협이 산업평화와 경제회생에 일대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