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체는 금융투자분석 전문회사인 S&P캐피털IQ의 최근 자료를 인용해 아시아 10대 IT 기업 중 절반인 삼성·캐논·폭스콘·TSMC·히타치 등의 최고경영자(CEO)가 60세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10대 IT기업 CEO 중 60세 이상은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 한 명뿐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대만 TSMC의 모리스 창 설립자 겸 회장은 83세, 일본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 겸 CEO는 79세다.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도 70세가 넘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에는 후계자 선정이 시급한 과제지만 대부분 마땅한 후계자를 정하지 못해 창업자가 경영을 이어가는 상태다.
대만 컴퓨터 제조업체인 에이서는 은퇴한 창업자들이 회사의 경영난 때문에 다시 경영일선에 나섰다. 지난 2004년 자진사퇴 후 지난해 경영일선에 복귀한 에이서의 스탠 시(69) 창업자는 "반년 동안 후임 회장을 물색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고령인 아시아 IT기업 수장들에게 자신이 설립했거나 키운 제국을 내려놓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WSJ는 전했다. 윌리 시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아시아 대기업들의 창업자 가문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음에도 자기가 키운 회사라는 애착이 강해 '가족기업'처럼 운영한다"며 "의사결정이 상명하달식으로 이뤄지면서 젊은 직원들이 수동적이며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또 경영권 승계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