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 칼럼] 복지는 무형의 SOC투자

국가 큰 위기 초래할 수 있어… 복지공약 둘러싼 논란 커져<br>사회안전망 만드는 미래투자 부의 재분배 차원서 접근해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 공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원 문제 등을 지적하는 정부부처와 연구기관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비판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선거 과정에서 포퓰리즘적인 시각에서 마련된 공약이 많아 이를 실행에 옮겼다가는 유럽식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부족한 예산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게 되면 국가 부채가 증가하게 돼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며 이는 외국인 투자 유출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는 타당성을 갖고 있지만 이제는 복지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복지하면 무조건 유럽 국가들처럼 위기를 맞게 된다고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다. 유럽의 위기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으로 통합한 후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한 나라들이 독일과 같은 나라의 신용으로 과다하게 차입을 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자기 경제력에 맞지 않는 복지 제도를 끌고 간 것이 문제이지 복지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독일같이 기본 경제력이 강한 나라는 복지 제도를 선진강국으로 만드는 발판으로 삼았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 규모로 볼 때 박 당선인의 공약 재원을 마련하려면 물론 정부 부채가 커지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나 재정 특성상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35%로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낮은 편이다. 어느 정도 높아진다 하더라도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102%)보다도 상대적으로 낮다.

적자 국채를 발행해도 정부 부채는 증가하지만 민간 부채가 그만큼 줄거나 자산이 느는 것이므로 국가 전체로 보면 부채 규모나 순자산은 그대로이다. 다만 민간 부채가 공공 부채로 이전할 뿐이다.

이 때문에 복지 실천을 일회성 비용의 재원 낭비나 포퓰리즘 정치의 산물로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그리고 무형의 간접 자본인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미래를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


또한 경기 부양 측면에서도 투입된 재원 이상의 효과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복지 공약 재원 지출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소비를 촉진시키고 국내 시장이 활성화돼 국내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 부문이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현 한국 경제 상황에 복지 지출은 다른 어떤 것보다 더 빠르게 국내 소비와 고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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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공약은 우선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효과적인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해나갈 수 있도록 그동안 소홀했던 복지 등을 다른 비슷한 경제 규모의 국가 수준으로 올려야 할 때이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지난 1998년의 외환 위기 때보다도 더 구조적인 위기 국면이다. 외환 위기가 단기 해외 부채가 늘어 외부 공격에 의해 위기가 발생한 거라면 지금은 지난 20여년 동안 방치돼온 양극화와 불균형이 구조적으로 고착된 상태에서 세계 경제 불황까지 맞아 위기가 중첩된 상태다.

현재 논의되는 경제 민주화 정책들도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나 불법 편법을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양극화 불균형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 복지 제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면 나중에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것이며 자칫 자유 시장 경제 체제가 위협받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지금 복지 문제는 투자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질적 성장과 국가 경제의 도약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과제이며 논란의 초점은 한정된 재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는 데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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