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는 퇴직관료가 인허가 등을 맡은 민간 협회에 재취업하면서 형성된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유착관계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세월호 참사는 관피아의 적폐가 드러난 것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유착을 끊기 위해 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기관을 4,000개에서 1만2,000개로 3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안전감독, 인허가 규제, 조달 업무와 직결되는 곳의 기관장과 감사는 제한을 넘어 아예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처럼 공직자 재취업이 지금보다는 강화됐지만 전면 금지는 아니어서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인허가 부서는 5~7급)이 퇴직 전 5년 동안 재직한 부서가 맡았던 업무와 관련한 사기업체나 법무법인·회계법인, 공기업 및 공공기관, 협회 등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업무 관련성을 기준으로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심사를 거쳐야 하는 사기업 등은 3,960개다.
그러나 선박의 안전관리를 맡은 해운조합이나 한국선급처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위탁 받거나 임원 선임에 관여하는 협회는 제외돼 있다. 무역협회나 은행연합회·대한건설협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연간 외형거래액이 150억원 이상인 법무법인 및 50억원 이상인 세무법인도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다. 사기업체가 회원인 협회도 취업제한을 받지 않는다.
앞으로는 민간이 회원인 조합이나 협회 등을 포함해 취업제한 대상 기관 수가 3배 이상 늘어난다. 국가 사무를 위탁했다는 이유로 제외된 협회도 제한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취업제한 기간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도 강화한다. 지금은 국세청 퇴직자가 사기업에 취업하는 등 업무 관련성이 있어도 퇴직 전 5년간 재직한 부서 업무가 해당 업체와 관련이 없으면 심사를 통과했다. 공직자윤리위의 심사에서 7%만이 재취업 금지 결정을 받은 것은 이처럼 업무 관련성을 매우 좁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실·국장 이상의 고위공무원은 부서가 아니라 기관을 기준으로 업무 관련성을 심사 받는다. 퇴직 5년 전 '경력 세탁'을 통한 재취업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 밖에 고위공무원은 퇴직 후 10년간 취업 이력을 공시해야 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재취업 요건을 엄격하게 높였지만 구체적인 세부기준과 운영은 결국 공무원 조직이 맡는다. 현재도 공직자윤리법은 촘촘하지만 공직사회가 운영을 느슨하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공무원이라고 해서 직업선택권을 제약할 수 없다는 헌법적 가치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일부 퇴직공무원은 행정소송을 통해 재취업 금지를 되돌렸다. 이에 대해 한 전직 고위공직자는 "재취업이 퇴직공무원의 전문성을 살린다고 하지만 관련 업무라고 해도 공무원이 하던 일과 민간이 하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결국 로비스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이번 담화문 발표로 복지부동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젊고 유능한 과장급 이하 공무원은 취업금지를 받기 전 민간으로 유출되고 민간에서조차 부르지 않을 공무원만 남는다는 것이다. 또 공직자를 대신할 민간 전문가를 찾는 데도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절반을 민간 전문가로 채운다고 했지만 월급이 적고 민간 재취업이 안 되는 공직사회에 올 전문가가 얼마나 되느냐는 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