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화정책, 구조조정에 연계해야

구조조정 성공하면 인위적대응 필요없어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총재는 26일 21세기 경영클럽 조찬강연에서 『여전히 장단기 금리격차가 5% 포인트나 돼 저금리 체제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등의 부작용이 있기때문에 통화정책면에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경고해 온 한국은행이나 KDI가 자연스러운 경기조정과정을 수용하면서 좀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입장이 선회하고 있으며 통화정책도 거시경제 조정보다는 장단기 금리격차해소의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결국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 거시경제 동향과 미시적인 자금시장 동향을 살펴 통화정책의 사용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주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발표됐다. KDI는 이날 발표한 올해 경제전망을 요악한 것이다. 물가불안 압력이 가시화될 것을 우려해 즉각적인 선제적 통화관리(단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KDI로서는 미묘한 입장변화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불안속에서 안정되고 있는 물가= 일단 KDI측은 26일 경제전망을 통해 최근의 경기상황이 자연스러운 조정과정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했다. 즉 KDI측은 이번 발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7.8%에서 8.6%로 높이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기존의 3.2%에서 2.4%로 낮췄다. 성장은 높이돼 물가상승은 낮춰 국내 각 연구소 기관전망중에서 가장 큰 편차를 보였다. KDI측은 특히 물가전망을 낮춘 것은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0인상 사업장의 지난해 임금인상률이 12.1%였으나 10미만 사업장 등 나머지 부문의 임금인상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즉 총체적인 임금상승률을 나타내는 국민계정상에 나타나는 피고용자 보수가 지난해 3.8% 증가에 그쳐 임금상승-물가상승이라는 도식적인 현상이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다 최근 주가붕괴 등으로 일부 자산가격의 하락으로 소비증가와 투자증가가 주춤해지면서 전반적인 거시경제 조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KDI측의 관측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들은 지난해의 특수사정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한은과 KDI측의 주장이다. 즉 현재의 물가안정은 지난해의 구조조정으로 고용구조가 급변한데다 주가붕괴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이 일부 마무리되고 주가 이외에 부동산 등 바닥권의 자산시장이 꿈틀거릴 경우인 내년이후에는 물가안정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는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되는 시기가 상당기간 늦춰지고 있기때문에 당장에 거시경제 조정에 나서기보다는 당분간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거시경제의 미세조정이 안정적인 성장의 지속이 목표라면 물가안정속 성장에 급격한 브레이크를 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통화정책을 연계하라= 한국은행은 빠르면 5월,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소폭의 단기 금리인상을 게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은은 이같이 금리인상이 결정되더라도 거시경제 조정보다는 장단기 금리차를 줄이고 저금리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거시경제 움직임을 과열·과속상태로 보기 힘들기때문에 긴축기조로 급격한 선회를 할 필요는 없지만 자금시장의 단기부동화 등 왜곡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금리인상조치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DI측도 성장과 물가전망을 수정하면서 구조조정에 큰 무게를 뒀다. 결국 구조조정없는 고속성장은 인플레이션을 수반하기 때문에 물가불안을 막기 위해 올해 예정된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하라는 충고다. 만약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10%대 가까운 성장이 지속되면 단기금리인상 등을 통해 인위적인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면 거시경제의 안정적인 연착륙이 가능하겠지만 못할 경우는 통화정책수단을 동반한 하드랜딩(경착륙)을 해서라도 인플레 압력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지적했다. 온종훈기자JHOHN@SED.CO.KR 입력시간 2000/04/2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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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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