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 혁신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어요. 늦게 출발한 추종자도 게임의 리더가 될 기회를 잡게 될 것입니다." 추종형 기술개발에 한계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 김기남 삼성종합기술원(SAIT) 사장의 답은 간단 명료했다. '한계가 아닌 기회'라고. 글로벌 삼성의 미래를 설계하는 김 사장에게 과학기술 혁신에 따른 패러다임 시프트는 새로운 기회이다. 물론 기회는 경쟁이라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김 사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에는 기존 기업 외에 대학ㆍ벤처까지 잠재적인 경쟁자이자 협력 파트너"라며 "기술센싱ㆍ벤치마팅ㆍ협력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얘기다. 그는 "글로벌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속도를 올림으로써 단축되고 있는 기술과 제품의 수명주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술의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현재 미국ㆍ영국ㆍ일본ㆍ러시아ㆍ중국ㆍ인도 등 6개 해외 R&D거점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김 사장은 대학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초과학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기업과 대학의 협력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과 정부의 투자는 확대됐지만 경험부족으로 여전히 인력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며 "산학연 간 자발적 협력에 기초한 시장친화적 산학협력 선진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친화적 산학협력 선진화 방안을 위해 김 사장은 시스템을 강조한다. 기업과 대학 간 협력이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기술 핵심인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기업의 다양한 산학연계 성공 사례가 모멘텀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기원이 세계가 인정하는 R&D센터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김 사장에게 기초과학은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먹고 자라는 나무이다. 김 사장은 "기초기술 분야는 어느 날 갑자기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연구가 차근차근 축적될 때 역량이 쌓이고 연구 결과로 결실을 거두게 된다"며 "앞으로 삼성은 기초기술역량을 쌓으며 기초기술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미래 기술은 나노사이언스가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지난 1950년대까지 기계산업이 기반이었다면 2000년까지는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기술로 IT산업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나노기술과 혁신을 기반으로 한 융합의 나노혁명기가 될 것"이라며 "나노혁명기에는 우리나라가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