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해운사인 대한해운이 25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해운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업계에는 대한해운의 여파가 업계 전반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이번 대한해운의 위기는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일 뿐 다른 업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무리한 용선 확장이 화 불러=대한해운의 경영위기는 무리하게 용선(빌린 선박)을 확장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배를 빌려 마진을 더해 이 배를 다른 선사에 또다시 빌려주는 다단계 구조의 ‘용선 체인’에 균열이 생기면서 위기가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대한해운은 지난 2007~2008년 벌크선운임지수(BDI)가 1만포인트를 넘어서는 호황기에 용선을 확장한 것이 화를 불렀다. 선주에 지급해야 할 용선료는 높아진 반면 이후 BDI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운임은 낮아지고 대선해준 중소 해운업체들은 잇따라 도산해 부실채권이 쌓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해운은 지난해 말 선주사들에 용선료를 깎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자 대한해운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왔다. 2009년 4,881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데 이어 지난해에도 3ㆍ4분기까지 누적 54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해운업계 부실 도미노 이어지나=국내 중소형 선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한해운처럼 용선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4위의 해운회사인 대한해운이 용선사업 부실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 해운업계의 부실 도미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벌크선 업계 1위인 STX팬오션은 대한해운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STX팬오션은 호황기에 비싸게 계약했던 용선을 탄력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STX팬오션은 430여척이던 용선을 2009년 1월 210여척으로 줄였다. 조선사들도 발 빠르게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이날 “대한해운이 발주한 선박 물량은 2척뿐이며 2척 모두 아직 건조 작업에 돌입하지 않은 만큼 대한해운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자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