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환자와 소통이 필요한 의사협회


"만약 또다시 집단 휴진을 한다면 이번에는 동참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합의한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이 자꾸 뒤집는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네요."

최근 대학병원에서 만난 한 전공의는 이같이 푸념하며 갈팡질팡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의사협회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의사협회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정부와의 협상 타결로 지난달 24일로 예고됐던 전면적 집단 휴진이 철회돼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최근 의협 집행부와 집행부 반대파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대정부 투쟁에 나설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다시금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의협 측은 오는 15일까지 시도 의사회와 직역별 대표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고 앞으로 투쟁방향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그간 의협 투쟁을 이끌어왔던 노환규 의협회장을 비대위에서 제외시키는 등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의 한 관계자는 "좀 더 강력하고 직역을 어우를 수 있는 투쟁의 필요성이 제기돼 새로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의정 협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비대위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다시금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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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의협 내부 갈등이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1차 의정 협상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집단 휴진 여부를 묻는 투표를 강행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이후 2차 협상이 이뤄지면서 휴진이 철회됐지만 의협은 또다시 투쟁에 나설 새로운 비대위를 꾸리며 전투태세를 가다듬는 모양새다.

또 내년 5월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현 집행부와 집행부 반대파의 갈등이 악화될 경우 내부 역량을 모으기 위해 더욱 강경한 자세로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의협은 내부 갈등을 추스르고 원격의료 시범사업 등 정부와의 협상 결과를 어떻게 이행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 협상 결과를 뒤집고 또다시 명분 없는 투쟁에 나서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집단 휴진' 등의 무리한 카드를 남발할 경우 그나마 의협의 뜻에 동조했던 일부 시민들조차 신뢰할 수 없는 의사 집단에 등을 돌리게 되는 결과를 부를 것이 자명하다.

정부 정책에 불만이 있다면 병원 문을 닫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더욱더 환자와 소통에 나서려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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