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정 여사님,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최원식 쌤소나이트코리아 지사장


지난해 KBS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었던 '정여사'라는 코너가 있다. 지독한 블랙 컨슈머를 희화화하는 내용이다. 일반인들은 그저 웃고 지나가는 개그로 여기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수 있지만 실제로 유통업에 종사하다 보면 다양한 사례의 정 여사를 만나고 접하게 된다. 얼마 전 친분 있는 한 수입 화장품 회사 지사장에게서 들은 정 여사 이야기다.

#정 여사1 : 모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 한 중년 여성 고객이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 매니저를 찾았다. 매니저가 나타나자 고객은 핸드백에서 메이크업 브러시(붓) 두 개를 꺼내더니 교환을 요구했다. 매니저는 교환 규정에 따라 언제, 어디서 구입했는지, 영수증은 있는지, 교환 이유가 무엇인지 정중하게 여쭤봤다. 대답은 구입한 지 9년이 됐고 어디서 산지는 기억이 없으며 교환 목적은 브러시 털이 너무 많이 빠지고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니저가 규정에 따라 교환이 어렵다고 하자 고객은 마치 개그 프로그램의 한 장면처럼 고성을 지르며 본사에 이야기해 매니저를 파면시키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더 악화하는 걸 막고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교환해 돌려보냈다고 한다.


#정 여사2 : 모 화장품 브랜드 강남 매장에 한 여성 고객이 얼마 전 구입한 메이크업 리무버(화장을 지울 때 사용하는 투명 액체) 때문에 얼굴에 부작용이 났다며 변상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갔다고 한다. 그런데 변상을 요구하며 놓고 간 제품의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투명하기는 하나 원래 내용물이 아닌 물이었다.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난동을 피운 고객이 건넨 물건에 물이 채워져 있다니 의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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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례들은 유통업계에서 현실로 만나게 되는 웃지 못할 정 여사 이야기이다. 유통업계는 과거 '고객 절대 우선'의 서비스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 서비스 정신이 잘못 해석돼 극소수의 블랙 컨슈머에 의해 악용당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최근 일부 유통업체에서 늦게나마 이러한 블랙 컨슈머에 대처하고자 합리적인 대처법을 만들어 직원 교육을 시작했는데, 이는 매우 긍정적인 방향전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정당한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 블랙 컨슈머에게는 당당히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법적 장치와 강제에 앞서 우선시돼야 할 것은 기업과 소비자 간 상호 신뢰 관계가 두텁게 형성되는 것이라 믿는다.

그보다 판매자와 소비자이기에 앞서 고객을 상대하는 이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자 엄마, 아내이다.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잊어서는 안 될 기본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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