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농업보조금 국제분쟁 격화 조짐

내년 1월 1일부터 정부 농업보조금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금지하는 `평화 조항` 시한이 만료되면서 농업보조금을 둘러싼 국가간 분쟁이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평화조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요구에 따라 지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서 합의된 것으로 WTO 일반이사회에서 연장에 합의하지 않으면 95년을 기점으로 9년 뒤인 2003년 말에 만료된다. 이 규정 때문에 지금까지 회원국들은 농업보조금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WTO 분쟁해결기구(DSB)의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평화조항 시효가 만료됨에 따라 당장 미국과 EU가 주된 표적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칸쿤에서 열린 WTO 도하라운드 협상이 결렬된 원인도 농업보조금을 둘러싼 미국 등 선진국과 브라질 등 농산물 수출 개도국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등 농산물 수출국 그룹인 G-20의 주도국들은 칸쿤 협상에서 선진국들이 막대한 농업보조금 지급으로 사실상의 덤핑 수출을 하고 있다며 신랄한 비난을 해왔고, 평화조항이 만료되면 WTO에 제소할 것임을 공공연히 경고해왔다. 미국과 EU가 사탕수수와 면화, 콩, 기타 농산물 재배농가에 주는 보조금은 연간 3,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 선진국은 현재 평화조항의 시한 만료를 앞두고 업계 파장 및 대책 수립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특히 지난 칸쿤 회담에서 농업개혁 지연을 이유로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EU측이 WTO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업보조금에 불만이 높은 G-20는 브라질과 인도 등 거대 농산물 수출 개도국이 앞장서 WTO 제소와 함께 상계 및 반덤핑 관세와 같은 무기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G-20의 총 공세에 대해 미국이나 EU도 정면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그 동안의 철강이나 조선, 반도체 같은 공산품 분쟁에 이어 농산물쪽으로도 무역 분쟁의 전선이 급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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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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