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체적으로 몇 가지 공통점을 보이는데 ▲기본급 이외의 각종 수당이 많고 ▲이들 수당의 상당 수는 이름만 다를 뿐 별다른 구분 없이 지급되고 ▲총 급여에서 성과급 개념의 비정기적인 상여금 비중이 높고 ▲상여금 역시 실질 성과에 근거하기 보다 명목상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60년 가량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기업과 산업이 고도로 성장하는 와중 국가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들이 각자의 사정에 맞춰 임금 인상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우선 사용자는 인건비(비용)를 쉽게 조절하기 위해 기본급을 낮추고 수당과 상여금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불황이 다가올 때를 대비해 인건비를 조절할 수단을 갖춰놔야 하는데 근로기준법상 해고는 쉽지 않고 기본급 조정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기본급 대신 수당, 상여금 등을 올려 두면 불황 때 수당 삭감 등의 방법으로 쉽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근로자 역시 이런 사용자 측의 요청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식대나 자가운전보조금등의 각종 수당은 소득세법이 인정하는 비과세 항목이다. 실질임금이 늘어나는데 세금은 덜 내도 된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통상임금 문제에 한해서는 그 동안 많이 봐 왔던 ‘나쁜 기업 VS 착한 근로자’라는 프레임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일부 사용자들은 근로자들이 이미 모든 대가를 지급받고도 법리를 이용해 또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소송을 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정부 역시 외견상 비교가 쉬운 기본급 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수당, 상여금 등 변칙적 임금 지급을 장려하는 총액임금제 등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책임이 있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김성수 변호사는 “분쟁의 소지가 있는 임금 체계를 적용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업 가치를 유지하고 높이는데 매우 불안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현 임금 체계 형성에 노사 모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양측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