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호전 분위기 제고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은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변강대국과 남북한 간의 관계호전 분위기를 극대화하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 가능성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 푸틴 대통령과 만나 개혁ㆍ개방정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고 이어 북일 외무성 국장급 회담이 이어진 뒤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소식이 나왔다.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30일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이 김 위원장의 답방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방북을 통해 우선 북일간 현안을 풀어나갈 물꼬를 트면서 동시에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북일 양국 현안
양국간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본측은 수교 재개의 선결 조건으로 ▦일본인 납치 의혹 규명 ▦미사일 실험 유예 ▦동중국해 침몰 괴선박 인양 문제 등의 해결을 꼽아왔다. 북측도 심각한 경제난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일제 식민지배 보상차원에서 수십억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보상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사뭇 기대를 모았던 지난 18, 19일의 적십자회담에 이은 25, 26일의 외무 국장급 협의 등 일련의 북일 회담은 양측간 구체적 쟁점에서 타결점을 찾지는 못한 채 대화 채널을 계속 유지키로 합의하는 선에서 끝났다.
그럼에도 북한측은 일본의 적십자 대표단을 행방불명자 조사를 담당하는 인민보안성과 평양시 인민위원회 담당자들과 면담하도록 처음 주선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이번 고이즈미의 방북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파급 효과
이번 방문으로 북일 간 국교 정상화를 위한 가시적인 조치가 이뤄지게 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도 한결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도 이번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29일 존 볼튼 미 국무부 차관의 방한 때 강경한 발언으로 냉각 중인 북미 관계를 다시 우호적으로 돌리길 바라는 것으로 외교 소식통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이 같은 북한의 유화적인 태도에 대해 남북, 북일, 북러 등과 우호 분위기를 조성한 뒤 핵사찰과 특사 방북 문제 등 북미 대화에 외교력을 집중하기 위한 수순 밟기로 보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연내 답방 가능성
정부는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아니 크게 기대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30일 부산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측에서는 김 위원장이나 다른 관계자들도 최근까지 '답방 약속은 지킨다'는 말은 자주 하고 있으나 우리와 직접 구체적인 연락이나 상의는 없는 상태"라며 "답방은 남북간의 약속일 뿐 아니라 세계에 대해서도 한 약속"이라고 김 위원장의 답방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그것(답방)이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참 유감이며 김정일 위원장도 상당히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목적중 하나에 답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따라서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및 북일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북미대화역시 보다 더 진전되면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의식기자
이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