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형금융사고 방지체제 구축/은감원 여신특별약관제 확대 배경·의미

◎은행 거래기업 관리강화 유도/신용평가제 개선이 선결과제은행감독원이 12일 국회에 보고한 한보철강 부도대책에서 은행권 전체적으로 여신특별약관의 적용을 확대토록 한 것은 한보사태와 유사한 형태의 금융사고 재발을 막기위해 은행에 대해 거래기업의 관리를 강화시키자는 것이다. 이번에 확대적용키로 한 여신특별약관제도는 부실징후기업이 아니더라도 재무상태가 취약하거나 신용평점이 낮은 업체에 대해서는 여신지원계약에서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한의 수단은 물론 추가대출을 금지토록하는 것이다. 은행감독원은 현행 금융기관 감독규정에서도 각 은행들이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하고 부실화 위험이 있는 기업은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토록 하고 있다. 또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순여신이 1백억원이 넘을 경우 선정관리현황을 은감원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들은 30대 계열기업군에 대해서는 부실징후기업 선정대상에서 예외로 취급하고 있다. 한보철강이 부실징후기업으로 판정된 적이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은감원의 설명으로는 한보철강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고 경영실적이 악화일로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징후기업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들이 거액의 여신을 지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신특별약관제도는 이미 외국에서 일반화된 제도로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주는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일정수준의 재무비율을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증자를 해야하며 ▲신규사업진출 및 계열사에 대한 담보제공을 금지하는 등의 조항을 여신약관에 포함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기업이 은행과 여신특별약관을 맺은 경우 이들 기업은 약관이 정한 내용에 준해 기업경영이 제약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그동안 여신특별약관제도는 필요할 경우 은행들이 기업과의 여신계약을 체결할 때 활용이 가능하지만 은행들의 인식이나 관심부족으로 극히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혀 활용되지 못한 제도다. 은행권 전체가 여신특별약관제도를 적용하게 될 경우 한보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사고의 개연성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은감원이 주거래은행제도를 개선하면서 한 기업에 최다여신을 제공하고 있는 주거래은행이 책임지고 대출기업에 관한 정보를 파악해 경영위기시 주거래은행을 중심으로 한 「거래은행협의회」에서 대책을 수립토록 한 바 있다. 이같은 거래은행협의회제도는 한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 여신의 통합관리를 가능케 해주는 바탕이 된다. 따라서 여신특별약관제도를 확대적용할 경우 은행들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대해 여신심사를 강화하고 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막기 위한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여신특별약관제도는 정부가 산업정책에 대해 간섭할 여지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에 대해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으로 하여금 기업경영의 감시자로서의 기능을 갖도록 해줌으로써 산업정책과 금융정책의 연계성을 강화시킨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가 취지에도 불구하고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의 여지가 적지않다. 한보대출을 과연 제도의 허점으로 돌릴 수 있느냐는 의문과 마찬가지다. 또 여신특별약관제도의 도입이 기존 여신관리체계의 한계점을 보완해줄지 여부는 여신특별약관제도의 적용대상이 되는 기업을 얼마나 적절하게 선정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신용평점이 낮은 업체라는 기준에 대한 해석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흐를 경우에는 제도의 근본취지가 퇴색할 수도 있다. 기업의 재무상태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 선정과 신빙성이 크게 떨어지는 현행 신용평가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제도 도입에 앞서 선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우량기업에만 금융지원이 편중되고 재무구조가 취약하더라도 성장기업에는 금융지원이 뒷걸음치는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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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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