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는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시정을 비판하는 데 주어진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정 후보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서울의 사람은 빠져나가고, 장사는 안 되고, 범죄는 늘고 있다"며 "서울이 가라앉고 있는데 박 후보는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지난 2일 일어난 서울 지하철 추돌 사고를 겨냥해 "안전을 뒷전에 방치했다 갑자기 부산을 떠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며 "일 잘하는 사람이 안전도 잘 지킨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핵심정책인 협동조합, 마을 공동체 사업에 대해서는 '색깔론'을 제기하며 "내가 시장이 되면 이런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3년간 박 후보가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2,500억원을 썼다"며 "박 후보는 정파적 성격이 있는 단체에 지원을 안 한다고 했는데 협동조합과 민주노총에만 지원하고 북한 인권단체 지원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상호 비방을 하지 말자는 박 후보의 제안을 놓고서도 "박 후보는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의 최고 수혜자"라며 "그것에 대해 먼저 사과하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은 네거티브를 서울시민은 싫어하신다"고 맞받아쳤다.
박 후보는 토론회 막판 정 후보의 날 선 질문에 결국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박 후보는) 2006년 9월 평택평화선언문에 서명을 하며 평택 미군기지는 미군의 전쟁침략기지라고 동의했다'고 묻자 "상대방이 걸어온 길에 대해 기본 예의는 있어야 한다"며 "제가 할 말이 없어 가만히 있는 걸로 생각하느냐"고 불쾌감을 표현했다. 그는 토론회를 마친 뒤에는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가 급하셔서 그러시는 것 아니겠느냐"고 여유를 보였다.
정 후보는 이날 활발한 투자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역설하며 자신과 박 후보를 대비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유휴부지 30곳에 투자 신청서를 냈는데 박 후보는 3개밖에 허가를 하지 않았다"며 "저는 15개 정도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박 후보가 추진했던 정책 중 초·중학교 무상급식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학생들 밥 먹는 것은 좋은 교육의 일부"라며 "지금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는 "낡은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서울의 주민은 시민이 됐고 시민은 시장이 됐으며 상식과 원칙, 합리와 균형을 내세워 수많은 갈등은 풀어냈고 전시행정은 싹 없앴다"고 자신의 치적을 내세웠다. 그는 이어 "서울의 변화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면서 "시민 곁에서, 시민 편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안전한 서울, 따뜻한 서울, 반듯하고 품격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