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 제임스 고든(가명)은 한국 방문을 위해 인터넷을 검색했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방법과 불국사ㆍ석굴암 등 관광에 필요한 정보를 찾았지만 바로 검색이 안 됐다. URL((uniform resource locatorㆍ인터넷상에 올려진 자료들이 있는 주소)을 통해 들어간 사이트들은 미로와 같아서 정보 찾는 것을 포기했다.
"섬에 큰 돈 들여 멋진 놀이공원을 만들어놓고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안 만들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물론 상당수 대학ㆍ연구소ㆍ기업들이 홈페이지에 많은 정보를 쌓아놓고도 정작 사용자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인 검색을 막고 있다는 인터넷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터넷은 열려 있는 듯하지만 필요한 정보로 가는 길은 닫혀 있다는 것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대한 정보가 담긴 인터넷 URL은 지난 2000년 10억개에서 2008년 1조개, 2012년 3조개를 넘어서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필요한 정보는 키워드를 조합해 검색한 후 나온 결과 중에서 찾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이트들이 '바로가기'만 알려줄 뿐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에 대한 검색은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나라 역사를 널리 알려야 할 국사편찬위원회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방대한 세종실록지리지를 왕대별ㆍ시기별ㆍ연호별로 구분하고 국역과 원문ㆍ이미지 등을 갖춰놓았다. 하지만 정작 포털에서 '세종실록지리지'를 검색하면 국사편찬위원회 자료는 찾을 수가 없다. 검색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승정원일기 등 다른 많은 자료도 마찬가지다.
관광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겠다고 만든 한국민속촌ㆍ경주문화관광ㆍ코레일관광개발 등도 사이트에 담긴 정보에 대한 검색을 차단했다. 수십 번 클릭하지 않으면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반면 창덕궁, 서울지도, Visit Seoul, DMZ Tour 사이트 등은 검색을 허용해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웹 사이트들이 검색을 차단하는 것은 검색엔진과 해킹을 동일시하는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공개된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엔진과 막아놓은 방화벽을 뚫고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해킹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기창 고려대 교수는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없는 내용은 웹사이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며 "공공에게 필요한 정보가 담긴 사이트들이 해킹이 아닌 검색을 막는 것은 사회적ㆍ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