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일단 살리기 위해 워크아웃을 선택했다”는 설명이지만 팬택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여러 고비를 넘겨야 한다. 산은 측도 “아직 안개 속”이라는 말로 현 상황을 설명했다. 산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11일 “팬택은 VK의 법정관리 후 일부 금융기관의 자금회수 때문에 힘들어졌다”며 “기술력을 보면 아까운 회사이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워크아웃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팬택이 워크아웃 절차를 밟기까지는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한다. 우선 12개 주요 채권금융기관의 100% 동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산은은 채권금융기관에 이날 서면동의서를 발송했다. 서면동의서에는 통상 ▦원리금 상환 유예 ▦자금관리관 파견 ▦외부 실사기관 선정 ▦채권단 협의회 구성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표면적으로 은행권은 ‘시작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것도 아직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2금융권은 동의를 구할 대상이 아닌데다 이들의 팬택에 대한 채권 규모도 수천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의 워크아웃 추진 자체가 2금융권에는 (팬택을 살려보자는) 일종의 시그널이 되는 것”이라며 “또 팬택이 2금융권을 대상으로 개별적인 설득작업을 벌이겠지만 2금융권 모두 동참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수시로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이다. 팬택의 CP 규모는 1,606억원. 산은 측은 “2금융권이 갖고 있는 팬택 CP 규모가 얼마인지 추산하기 아직 어렵다”고 전했다. 주요 채권금융기관과 2금융권의 동의가 구해지면 일단 한 고비는 넘기는 셈이다. 이후 외부 실사기관의 실사를 거쳐 채권단은 팬택에 대한 채무조정안을 마련하게 된다. 채권단이 구상할 수 있는 회생 방안은 금리감면이나 여신기한 재조정, 출자전환, 추가 금융지원 등이다. 채권단이 기업의 워크아웃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면 통상 2개월 내에 채무조정안을 마련하게 된다. 정상적인 수순을 밟게 된다면 팬택은 이르면 내년 2월 중순부터는 채권단의 지원으로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채권금융기관 중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는 곳이 있거나 2금융권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팬택의 정상화는 일찌감치 물건너가게 된다. M&A 대상이 되거나 외자유치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 이것도 힘들 경우 휴대폰 제조업체 자금압박을 촉발시킨 VK와 같이 법정관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