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정부 '경제위기 예측' 오락가락

MB "우리경제 기초체력 튼튼… 위기 얼마든지 극복 가능"<br>금융위원장 "불안 지속될수도"<br>朴재정 "불안해 할 필요 없어"

'긴 팔 셔츠면 될까? 아니면 두꺼운 외투를 준비해야 하는 걸까?'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환절기 일기예보 탓이 아니라, 우리 경제상황에 대한 대통령과 경제부처 수장들의 예측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하기 때문이다. 위기의 폭풍우가 밀려온다고 했다가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한다. 어느 예측에 따라 국민들이 준비를 해야 할지 답답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라디오 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과거와 달리 튼튼한 만큼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위기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3,000억달러를 넘어선 외환보유액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3분의1에 불과한 국가채무, 올해 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전망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지나친 경제 위기감을 경계했다. 또 지난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외환 부문의 체질개선이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글로벌 재정위기에 대한 자신감은 지난달 29일 부산방문 때 열린 지역오찬에서도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세계가 다 어려워져도 우리가 맨 나중에 어려울 것"이라며 "그만큼 우리가 기초가 되고 기업이 잘하고 여러 상황이 있다"고 위기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반면 경제부처 수장들의 위기인식은 폭풍우에서 가을바람으로 오락가락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실물경제와 관련된 강력한 국제공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고 29일에는 "대외불안 요인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시경제 관리의 축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지나친 낙관론을 펴고 있다. 대통령 주재 국민경제대책회의가 비상경제대책회의로 전환 운영되고 재정부 주관 경제정책조정회의도 위기관리대책회의로 바뀌며 정부 스스로 현 경제상황이 '위기' 국면임을 공식화한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낙관론이다. 시장에서는 정부 지도자들의 그릇된 말이 현실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재정위기가 글로벌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지는 등 상황이 2008년 리먼 사태를 닮아간다는 분석이 국내외에서 쏟아지는데도 우리 정부는 명확한 상황설명보다 괜찮다는 말과 애매모호한 자신감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경제상황에 대해 보다 더 명확한 정부의 예측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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