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고용의 봄' 기다리며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최근 인기였던 '응답하라 1994'에서 우연히 본 장면이 있다. 주인공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문에 어렵게 합격한 회사로부터 입사 취소를 통보받은 장면이다.

실제로 당시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 계획 자체를 취소해 취업준비생들은 원서를 쓸 기회조차 없었다. 세월이 지나 당시의 충격은 희미해졌지만 이후 우리 사회의 고용 문제에 미친 영향은 뚜렷하게 남아 있다.


고용 창출은 앞으로 한국 경제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런데 고용 문제는 1990년대부터 누적된 사안이며 산업구조, 노동시장, 인력양성 시스템, 복지 시스템에 국민정서까지 복합된 구조적 문제다. 고용 창출이 선순환적으로 일어나게 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뜻이다.

고용 창출 능력이 약화된 요인은 여러 가지다.


첫째, 1990년대 이후 설비 자동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노동 집약적인 경공업이 쇠퇴하면서 장치산업 위주의 우리 산업구조가 자본 집약적으로 변했다. 그 결과 제조업의 고용 창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제조업 고용 비중은 2000년까지 20%대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16%대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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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IMF 위기를 겪은 후 대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고 고용 창출은 줄었다.

또 국제 분업에 따른 해외 이전과 아웃소싱의 증가로 수출·내수, 수출·고용 간의 고리가 느슨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고용 증가도 한계기업의 수가 늘면서 양과 질에서 벽에 부닥친 느낌이다. 셋째,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도 고용 창출 능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은 대기업이 고용 절약적 생산방식을 채택하는 유인이 되고 결국 노동시장을 왜곡시키고 임금 양극화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한편 인력 수급의 양적·질적 미스매치(mismatch) 현상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대학진학 위주의 교육 탓에 평범한 대졸자가 수요보다 과잉 배출되고 청년 실업자가 양산된다. 중소기업은 일자리는 많지만 적합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지나친 고학력화로 숙련 기능인력의 공급 부족도 심각한 실정이다. 이는 미래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중소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고용 문제는 발생 원인이 복잡한 만큼 잘 해결될 경우 산업 경쟁력, 소득격차 해소, 고령화에 따른 복지까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이다.

다만 고용시장,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과 고용 친화적인 산업구조로의 변환을 단시일에 해결하기란 매우 어렵다.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고용·교육·복지'의 패키지 정책이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응답하라 2014'에서는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세대의 희망찬 얼굴이 그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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