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개발, 양적 접근에서 질적 전환을 모색할 때다.”
본지 창간 45주년 기획으로 최근 연재 중인 ‘이제 미래의 집에서 산다’를 취재하기 위해 유럽 성공사례로 꼽히는 주거지역들을 탐방하면서 든 생각이다.
유럽 성공사례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곳은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 위치한 ‘하마비’. 우리나라로 치면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 해당한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 신도시 조성과 언뜻 닮은꼴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선 시각적인 아름다움이다. 단순하고 실용적인 5~6층짜리 아파트 건물들이었지만 색깔이나 디자인 면에서 조금씩 다양성을 꾀했다. 성냥갑을 늘어놓은 듯한 우리나라의 택지개발지구와는 겉보기에도 크게 달랐다.
이곳의 집들이 경제성과 상품성만이 부각된 ‘집장사’의 집과 같지 않은 이유는 스톡홀름 시 정부의 철저한 통제에 따라 아파트들이 설계됐기 때문이다. 각각의 택지를 민간 건설업체에 분양하고 업체들이 집을 지어 민간에 분양하는 방식은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시 정부는 색깔, 재질, 창문 크기 등까지 신도시의 컨셉트에 대한 세부적인 매뉴얼을 책자로 마련하고 이를 지켜야만 건축허가를 내준다.
그러나 정말 인상적이었던 점은 신도시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험’이었다. 스웨덴 정부가 이 신도시에서 친환경 주택 개발을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구현해보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이 지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바이오 가스를 생산, 다시 각 가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쓴다든가 일부 건물은 태양열을 이용해 필요 전력의 일부를 충족하도록 한 점 등이 눈에 띈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당장 한국의 신도시들이 떠올랐다. 과거의 신도시들이야 우선 ‘양’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 치자. 일단 집이 부족해 숫자를 늘리고 볼일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지어질 신도시는 그야말로 질적으로 새로운 도시로 접근하기를 기대한다.
최근 들어 행정중심 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강남대체 신도시, 뉴타운 등등 연일 개발 계획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 조성되는 주거지는 여전히 용적률 얼마, 몇 가구 분양 등 ‘양’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녹지율을 높이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수준의 친환경 계획이 아니라 좀더 큰 차원의 새로운 주거문화에 대한 실험을 해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