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핵심기업 규제 강화된 출총제 대안

공정위의 출자총액제한제도 ‘개선안’의 골격이 나왔다.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의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자산 10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 중 자산 2조원이 넘는 중핵기업은 출총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환상형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ㆍ매각 등의 규제조치가 없고 출총제 적용대상을 크게 좁혔다는 점에서 당초 추진되던 안보다는 일견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형상 그런 것일 뿐 실제로는 규제가 강화됐다. 재계는 물론이고 재경부ㆍ산자부 등 다른 부처와 여당에서까지 획기적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한 가운데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오랜 연구 끝에 만들어낸 방안이 이 모양이니 실망스럽다. 공정위 안대로라면 출총제 적용 대상기업은 14개 그룹 340여개에서 7개 그룹 29개사로 줄어든다. 숫자는 크게 줄지만 출총제는 여전히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여기다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라는 규제가 추가됐다. 이는 당초 출총제 폐지를 전제로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규제가 덧 씌워진 것이다. 개선이 아닌 개악인 셈이니 재계가 ‘차라리 출총제를 그대로 두라’고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제는 출총제가 그대로 적용되는 그룹이 투자ㆍ수출 등을 주도하는 우리경제의 간판기업이며 순환출자 규제대상 기업들이 그들 그룹의 핵심기업이라는 점이다. 이런 기업들이 이중규제를 받게 되면 투자활성화는 어렵다. 투자부진은 경기회복 지연과 성장잠재력 약화의 결과로 이어진다. 정부는 그 동안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이를 위한 규제완화를 강조해왔지만 기업들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규제는 그대로거나 하나를 풀면 다른 규제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출총제 대안도 같은 유형이다. 지배구조 개선의 당위성은 부인할 수 없지만 투자를 억제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왜곡된 지배구조에서 오는 부작용은 시장의 감시에 맡기는 게 옳다. 소액주주활동 등 그런 기능을 할 수 있을 만큼 우리시장은 발전했다. 출총제 대안은 관련부처와 당정협의 과정에서 보다 더 다듬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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