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업·방송국 출신도 교단에…퇴직인재 활용 전문성 높여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 2부. 선진교육 현장을 가다 <9> 사회와 소통하는 日 교육<br>학교서도 가정서도 체벌은 금지… 교사들 감시·규제 거의 안받아<br>행정 잡무 없애고 수업에 전념케… 자비 들여 교육진로 연구도 활발

지난 2003년부터 기업체 출신 등 민간인 교사를 허용한 일본은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도쿄 도요다마중학교에서 방송사 미술담당 출신 교사인 후지모토 시츠카(오른쪽)씨가 일반 교사들에게 수업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옛 그림 자료인데 제가 일본 미술사를 가르칠 때 내놓고 있습니다" "아, 이런 자료를 어디에서 구하셨나요. 저도 알고 싶습니다" 도쿄 도심에서 차로 40분 떨어진 네리마구(練馬区)에 있는 구립 도요다마중학교. 이 곳의 한 교실에서는 방학 중임에도 교사들의 연구가 한창이었다. 방송국 미술 담당 출신인 후지모토 시츠카(藤本静)씨가 그림자료를 내놓고 설명하자 듣고 있던 다른 교사들이 출처에 큰 관심을 보였다. 도요다마 중학교에는 그 말고도 닛산 자동차 임원 출신 등 모두 5명의 민간인 교사가 일하고 있다. 2003년 민간인 교사를 도입한 지 7년째를 맞은 이 학교는 교사끼리 자극을 주고 발전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교실 안에서는 따돌림을 다뤄야 하고 교실 밖에서는 새로운 인재 양성을 요구 받는 교사들. 대한민국 이야기가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이 겪는 고민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처럼 닮은 꼴 고민을 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외부와 교실을 단절시킨 한국과 달리, 일본은 학교를 사회에 개방하면서 새로운 해법을 찾고 있다. ◇학교는 사회와 소통한다=일본에서 교사는 반드시 교대나 사범대를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반드시 젊어야 하지도 않다. 기업에서 일하다 은퇴한 뒤 59세가 되어 중학교 교단에 서는 일이 가능하다. 올해 도쿄도 초중교 교사 합격자 3,232명 중 40~50대가 11%에 달한다. 신규 교원 상한이 59세인 덕이다. 2003년부터 교장은 교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공모할 수 있다. 도요다마 중학교 에가와(江川) 부교장은 "50대 정년 퇴직자는 한 분야의 정통한 사람이고 기업에서 쌓은 노하우는 학교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퇴직인재'를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만 집중한다=일본의 교사는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일만 전념한다. 한국 교사들이 잡무가 많고 감시와 규제가 심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과 다르다. 처음 교사가 된 사람은 1년 동안 담임을 시키지 않고 과중한 업무 부담을 주지 않는다. 경륜 높은 교사를 멘토로 두고 적응하는 일에 도움을 준다. 개인주의가 발달했다지만 교실 내에서 발생하는 왕따 등 문제 해결에는 전 교사들이 연대해 해결책을 찾으려 애쓴다. 교실이 권위적 교사 한 명의 '왕국'이 되어선 안된다는 게 일본 교사들의 생각이다. 초중고 교사의 초임은 24만엔 정도로 20만엔 수준인 일반 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연차가 쌓이면 계속 평교사로 일할지 학교 경영쪽으로 돌릴 지 결정하는 교사가 많다. 주말이나 방학에는 교사 스스로 공부 모임을 만들어서 각자 정한 진로에 따라 자비를 들여 연구한다. 교육 당국도 교사들의 진로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 매년 초 교장과 상의해 목표와 수단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성과에 따라 승급에 반영한다. ◇체벌이 없다=일본에서 체벌은 교육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우리나라 서울시 교육청에 해당하는 도쿄도 교육청의 인사부 시야게(视宿) 과장은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이용한다면 교육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 스스로 초등학교 교사였을 시절 쇠파이프로 자신을 협박하는 학생을 수년간 인격적으로 대하며 교정했다. 그래서 일본 초등학교에서는 신입생 학부모에게 집에서도 체벌을 하지 말도록 당부한다. 집에서 체벌로 행동을 교정 받는 아이는 교실에서도 때리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학교는 체벌을 일삼거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지거나, 여타 비리 등을 저지른 교사는 반드시 드러내 교정한다. 일본의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8년째 일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배유창 참사관은"일본은 문제 있는 교사에 대해 구체적인 정의와 언제까지 어떻게 보고하라는 자세한 지침이 있어 이를 지킨다"고 전했다. ◇한꺼번에 개혁하지 않는다=교육 문제는 일본에서도 난제다. 이에 단기적인 개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일본의 교육 체계는 각 지방에 분권화 돼 있다. 일본 교육부처는 중앙정부인 문부과학성과 각 시도의 교육위원회로 크게 나뉜다. 문부과학성은 큰 틀의 정책을 만들 뿐이고 교원 양성과 임용 등은 각 시도의 교육위원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중앙부처에서 지방 교육청에 하달하는 한국식과 달리 일본은 각 시도가 자유롭게 교육 실험을 한 뒤 성공한 사례를 중앙이 받아들인다. 대학교육과 인재 양성은 1999년 호쿠리쿠세단(北陸先端)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를 만들어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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