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과 여성시대

아시안 게임을 총평하는 가운데 유감이 하나 있다. 레슬링의 경우다. 이 종목은 한국의 금메달 텃밭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목표를 초과해 7개의 금메달을 땄다. 그러니 은메달이나 동메달은 언론 보도에서도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 은메달을 딴 이나래 선수가 뒷전으로 밀려버린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선수는 여성이다. 그리고 6개월의 훈련으로 은메달 리스트가 되었다. 우연히 아시안 게임 중계를 보다가 이 선수가 중국 선수를 한 판으로 누르는 장면을 보았다. 기술적인 면만을 고려한다면 단연 '투데이 하이라이트' 감이다. 여성 금기의 또 하나의 영역을 뛰어 넘는 상징적 이벤트인데 그냥 스치고들 지나갔다. 그리고 언론의 대회결산에서도 별 언급이 없었다. 그날 예의 '금메달 사냥'보다도 '여자 레슬링 아시안 게임 첫 은메달'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더라면 하는 생각이다. 흥미와 상징성이 배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스포츠 우먼들만큼 여권신장에 기여한 사람들도 없다. 그들은 금기의 영역을 하나 둘씩 무너뜨렸고 무너뜨리고 있다. 세계 정상급이 되어 국제적 명성을 날리거나 날린 쪽도 그 쪽이었다. '박신자 시대' '이애리사 시대' 그리고 '박세리 김미현 시대'로 이어지고 있다. 성차별의 의식은 남아있으면서도 이들이 국제 스포츠에서 이름을 날리면 사람들은 '한국은 여자가 그래도.'한다.. 잘 났으면 내세울 법한데 그게 아니다. 여성 총리 탄생이 실패한 것은 진짜 도덕성 때문일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중은 아랍권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하위라고 한다. 행정관리 진출 여성은 필리핀의 9%에 비해 한국은 4% 수준. OECD 평균 40%의 10분지 1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현실 숫자가 있다. 외무고시 합격자의 45.7%가 여성이다. 경찰대학 졸업식에서 여성은 1, 2, 3등을 휩쓸었다. 시류는 현실적인 사회지배의 틀을 만들지만 그 속에는 미래사회의 예후도 강하게 배어 나온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지가 뽑은 '2002년 미국 최고의 여성경영자 50'에서 10위까지의 면모를 보면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 회장을 비롯 9명이 40대다. 여성의 40대는 리더로서의 조건이 가장 성숙되는 시기임을 엿볼 수 있다. 20대와 30대에 의해 금기의 영역이 깨지고 우먼파워가 시류를 이루고있으니 우리기업에도 10년 안팎에 본격적인 '여성경영자시대'를 기대해 볼만하다. 손광식(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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