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계좌추적건수가 25만7,064건에 달하고 있다며 내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부여된 공정위 계좌추적권을 예정대로 폐지해야 한다는 대한상의의 주장에 발끈하고 나섰다.
공정위 계좌추적권은 개인이 아닌 법인이 대상이며, 지난 99년6월 계좌추적권을 첫 도입한 후 올 7월까지 4년간 조사횟수도 15회, 92개 기업에 불과한 상황에서 상의의 주장은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불쾌한 표정이다.
공정위는 14일 `공정위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은 폐지돼야 하는가`라는 내부자료를 통해 “공정위 계좌추적권 대상은 국세청, 감사원, 선관위 등과 달리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개인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은 낭설”이라며 상의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정위는 “대기업 부당내부거래의 86.7%가 금융회사를 거쳐 이뤄지고 있어 금융거래정보가 없으면 조사가 곤란한 상황이고 이 장치를 공정위가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부당내부거래를 사전에 억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병주 공정위 정책국장은 “공정위의 계좌추적은 금융기관에 업무협조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좌추적권이라는 말 자체가 맞지 않으며 법에 명시된 것처럼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이 공정위 현실에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공정위 금융거래정보요구권 폐지 후 대안들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필요시 금융감독원에 조사자료를 요청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계좌추적권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과 검사목적 외에는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위해 자료를 요청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 자체가 금융실명법 위반행위로 형사처벌대상이라는 것이다.
부당내부거래 혐의가 분명한 경우 검찰에 고발하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내부거래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것인데 혐의가 분명하다면 금융거래정보자체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냈다. 영장주의에 배치된다는 주장은 “영장이 필요한 것은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의 경우며 자료제출은 영장주의 대상이 아니다”고 맞섰다. 법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엄격히 보호하는 것이 글로벌스탠다드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의 경우도 법인은 비밀보호대상이 아니며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권리는 개인만이 주체가 되는 것이 통설”이라고 받아쳤다.
이 국장은 “상의의 주장이 워낙 공정위의 금융정보요구권의 현실과 동떨어져 반박문을 내게됐다”고 설명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