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시위나 걸그룹 멤버의 신체 노출 사고 등 '공공 노출'은 언제나 논쟁의 중심이다. 지지와 반대의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사람들은 몸을 드러낸 사진을 남모르게 찾아보곤 한다. 이처럼 나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환영과 열광, 혐오와 비난이라는 극단을 오간다.
영국의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까지 약 2,000년에 이르는 나체의 역사를 종교적, 정치적, 대중문화적으로 살폈다.
책은 나체에 대한 종교적 관점에서 시작한다. 대부분의 '신성한' 종교는 사적인 공간을 제외하고는 나체를 용인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고대 종교의 우상들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나 몰타의 비너스처럼 나체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리스와 인도에서 발생한 종교 역시 남성의 나체 형상을 숭배했다.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나체로 생활하는 힌두교 성자들도 있다. 기독교 교리에 등장하는 '남자는 하느님의 형상대로 만들어 졌다'나는 내용은 기독교 나체주의자들의 강력한 무기이며, 고통과 구원의 상징으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도 나신(裸身)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전통적으로 사회에서 수치심과 나약함을 상징했던 나체가 일종의 확신과 힘의 상징으로 바뀌는 순간을 소개한다.
정치적인 면에서 나체는 모순적으로 작용한다. 경호원과 방탄차량 등 보호를 위한 '옷'을 입는 권력자들이지만 때때로 정치인들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행동하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나체로 선거 포스터를 만들기도 한다. 반면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정치적 시위에 나체로 나서, 현 상태에 대한 도전과 두렵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다.
대중문화 분야에서 저자는 '오락을 위해 나체로 지낼 수 있는' 개인의 권리를 강조한다. 인간이 가진 몸을 가릴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 제약 받지 않고 자신을 드러낼 권리에 대한 저자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책은 99컷의 컬러도판을 포함한 143장의 사진을 함께 싣고 있다.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