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은 지금 '숭례문 가슴앓이 중'

한쪽선 추모열기…다른쪽선 주먹다짐…<br>"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자성 움직임 활발<br>"이런 방화범 같은…" 말싸움하다 폭력도

15일 숭례문 화재현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불에 타 사라져 버린 숭례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현장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에 적고 있다. /류효진기자

한 노인이 벌인 어처구니없는 문화재 소실 사건의 여파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회와 시민들 가슴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깊이 스며들고 있다. 국보 1호를 소실한 상실감을 넘어서기 위한 추모 열기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숭례문 방화 사건을 놓고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아, 숭례문”=숭례문 화재 현장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화를 헌화하고 게시판에 숭례문에 대한 글을 남기는 시민이 더욱 늘어가는 상황이다. 시민 김수정씨는 “그동안 숭례문이 가만히 제자리에 있었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게 됐다”며 “뒤늦은 후회지만 정말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인 문화유산연대는 주말인 16~17일에 추모행사를 실시하는 등 문화재의 소중함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10~20대 네티즌들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지못미)’ 활동을 벌이며 우리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을 자성하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방화범 같은…”=숭례문 방화를 놓고 벌인 말싸움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자신을 숭례문 방화범에 비유하는 말을 듣고 격분해 폭력을 휘두른 혐의(폭행)로 정모(4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지하철에서 칫솔을 팔던 정씨는 12일 오후 지하철 1호선 전동차 안에서 승객 이모(43)씨가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숭례문에 불이 났다”는 말을 듣자 이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칫솔을 구입한 손님이 전동차에서 내릴 수 있도록 출입문이 닫히는 것을 몸으로 막다가 이를 오해한 이씨와 다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도 숭례문 방화에 관해 이야기하다 상대방의 말을 오해해 손으로 때린 혐의(폭행)로 김모(6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애꿎은 우리만”=한때 숭례문 화재사고의 유력한 용의자로 몰렸던 ‘노숙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남대문과 서울역을 오가는 한 노숙인은 “노숙인들이 문화재에 들어가 불을 피운다는 말이 나온 후 일반인들의 시선이 더욱 냉랭해졌다”면서 “사건만 벌어지면 약자인 노숙인에게 범죄자인 양 문제의 책임을 몰아가는 세태가 더욱 살기 힘들게 만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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