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폭설에 쑥대밭 된 농촌, 곳곳에 한숨만 가득

복구 엄두도 못내고, 보상 막연 대책마련 요구

"한 마디로 눈 폭격을 맞았어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합니다. 그렇다고 하늘만 원망할 수도 없고.." 7일로 폭설이 휩쓸고 간 지 2∼3일이 지났으나 포항과 울진, 경주 등 경북 동해안 농촌 곳곳에선 눈 벼락을 맞은 농민들의 한숨이 그치지 않고 있다. 삶의 터전인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 농ㆍ축산물 생산 시설이 눈더미에 폭삭 내려앉은 모습을 보면서 모두가 할 말을 잊었다. 1942년과 1972년, 1974년 기상 관측을 한 뒤 각각 가장 큰 눈이 내린 포항과 울진, 영덕 등에는 비닐하우스 800여채 가운데 60%가 폭설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갈기갈기 찢어지고 무너져 내린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는 농민들은 가슴이 `뻥' 뚫린 듯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 도구2리 김성모(55)씨의 비닐하우스 40채(4천여평)는 지난5일 20.7㎝의 기록적인 폭설로 70∼80%가 무너지거나 찢어지는 등 피해가 났다. 15년째 부추 농사는 하는 김씨는 "곧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할 부추가 온통 얼어붙어 생산을 포기해야 한다"며 "부추 피해 4천여만원과 하우스 시설 복구비 1억 2천만원 등 모두 1억6천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구나 김씨는 지난 1월 16일에 내린 16.1㎝의 폭설에 비닐하우스 10여채가 무너져 빚 1천여만원을 내 복구를 했는데 이번에는 더 큰 피해가 나 절망감에 빠져 있다. 김씨는 "정부가 자재 규격시설(철근 직경 25㎜, 두께 1.5㎜) 권장 기준을 만들기 2년 전에 하우스를 설치했기 때문에 지난 번 폭설에는 복구 융자금을 받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꼭 융자금을 지원해 줘야 농사를 다시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13년째 시금치를 재배하고 있는 영덕군 영해면 영평리 김길남(44)씨도 올해 시금치 농사를 망쳤다. 영덕에 내린 67.5㎝의 큰 눈으로 비닐하우스 30채(4천여평)가 내려앉고 부서지고 찢어지는 등 눈 폭격을 맞아 어디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막막한 실정이다. 김씨는 "당시 시간당 10㎝이상 눈이 쏟아져 비닐하우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무너질까 봐 주민 30여명과 함께 급히 비닐을 찢고 쌓인 눈을 걷어 치웠다"며 "그러나 모든 것이 허사였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폭설로 김씨는 농작물과 시설비 등 모두 2억3천만원의 피해를 입어 13년동안 고생한 보람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또 고추모종 22만 포기를 주문받아 키우고 있는 김용하(57.울진군 기성면 정명리)씨는 "300평 비닐하우스의 80%가 무너져 2천200만원 상당의 피해가 났다"며 "오는 4월 중순부터 농가에 고추모종을 공급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이처럼 폭설 피해를 입은 많은 농민들은 부추, 시금치 등 농작물을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새벽부터 일터에 나와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힘이 부쳐 발만 동동 구르고있다. 게다가 피해가 덜 한 농작물도 상품 가치가 떨어져 거의 출하를 못하게 됐다며앞으로 어떻게 복구를 하고 살아가야 할지 눈 앞이 캄캄한 실정이다. 이들은 "현재 농협에서 사과, 배 등 과일은 재해보험 가입을 허용하고 있으나시금치와 부추 등 시설 채소는 이 마저 불가능해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면서 "재해때 시설 채소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주지역은 축산 농가 14가구가 축사가 무너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젖소 220마리를 키우는 선도동 박모(57)씨는 "축사 지붕이 무너져 3천4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고 장모(58.월성동)씨는 "이번 눈으로 300여㎡의 축사가붕괴해 2천만원의 피해가 나 소 50마리를 다른 곳으로 분산해 놓았다"며 "복구비를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포항ㆍ울진ㆍ경주 = 연합뉴스)이윤조ㆍ홍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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