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5월 6일] 록펠러 가문의 경고

지난달 29일 록펠러 가문이 미국 내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며 비판해 미디어의 주목을 끌었다. 지난 1일 엑손모빌은 1ㆍ4분기에 109억달러의 수익을 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미국 기업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분기당 수익이나 뉴욕 월가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실적이다. 존 록펠러가 1890년에 창업한 스탠더드 오일의 후계자들은 엑손모빌의 경영진이 너무 돈을 많이 번다고 비판하지는 않았다. 록펠러 가문은 다만 기후변화 대응책과 대안에너지 투자가 없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록펠러 가문의 이 같은 돌출행동은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다. 록펠러 사람들이 갑자기 오늘날의 생태주의에 열광했을 수도 있고 그동안 이산화탄소를 배출해가면서 부를 축적했다는 데 대한 죄책감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록펠러 가문의 일원인 제이 록펠러 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은 지난 2006년 엑손모빌 경영진에게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연구에 쓰이는 자금을 삭감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엑손모빌을 바꿀 힘은 정치적 목적보다는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다. 투자자들의 이익극대화가 최우선이다. 최근 고유가 등으로 엑손모빌의 수익성은 의심의 여지 없이 호전되고 있지만 석유 탐사 및 개발에도 수익이 나는 만큼의 자금을 들여야 한다. 엑손모빌은 상승기와 하강기를 아우르는 장기 전략이 중요하다. 국제유가는 1990년대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석유메이저들과 그 투자자들은 유가 하락세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엑손모빌은 이 같은 시장변동과 공급쇼크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다. 엑손모빌은 최근의 고유가가 역사적으로 볼 때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배럴당 30~60달러 수준의 유가에 맞게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엑손의 달러당 순이익이 2007년 10%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7.8%, 석유ㆍ가스 산업은 8.3% 올랐다. 록펠러 가문은 엑손모빌의 성과가 어떻든 부유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연금에 의존하는 사람들, 소액 투자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만일 록펠러의 일원들이 엑손모빌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른 곳에 투자하면 그만이다. 추측하건대 록펠러 가문이 몇 십년간 석유에 투자한 돈을 고려한다면 별로 그럴 사람들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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