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계속되는 출구전략 후폭풍] 대기업·금융회사 외화채권 발행 미뤄

선진국 출구전략 본격화로 조달금리 급등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외화채권 발행을 미루고 있다. 선진국의 출구전략 논의가 본격화되자 세계 각국의 채권금리가 치솟는 등 발행 여건이 좋지 않아서다.

급하게 외화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굳이 금리를 높여가면서까지 발행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흐름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의 외화 확보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호주 금융시장에서 3억달러 이상의 '캥거루 본드' 발행을 계획했지만 이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캥거루본드는 호주 자본시장에서 외국기관이 발행하는 호주달러 표시채권을 말한다. 수은 관계자는 "출구전략 논란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 본드 발행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채권금리가 치솟아 발행금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5월3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29%까지 떨어졌다 이후 가파르게 올라 지금은 연 0.5%를 넘어섰다. 미국 국채 금리의 급등은 세계 각국의 국채나 회사채 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달 말부터 채권 금리의 급등 현상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일제히 발생하고 있다.

수은은 물론 SK이노베이션ㆍGS칼텍스 등 대기업이나 공기업들도 당초 이달 외화채권 발행을 검토했다 이를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검토했던 정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에 아직 시기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채권 발행이 잇따라 연기되고 있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외화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5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281억달러에 이르고 경상수지도 꾸준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등의 외화차입금 구성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단기차입금은 2010년 말 335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212억달러로 줄어든 반면 장기차입금은 같은 기간 806억달러에서 957억달러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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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양상이 장기화될 경우 좋지 않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외화채권 발행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한동안 (외화유동성에) 영향은 없다"면서 "채권금리 급등 등 불안 양상이 지속될 경우 조달코스트가 높아지는 등 글로벌본드 발행에 차질이 예상돼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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