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쓰나미와 다르푸르

최윤석 기자 <국제부>

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로 새해를 맞는 지구촌의 표정이 침울하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이번 지진해일로 인한 사망자는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도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피해자는 눈덩이가 불어나듯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설사 구호작업이 모두 마무리된 후 각국 정부가 사망자를 공식 집계해 발표한다 하더라도 과연 그 숫자가 정확할 것인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피해지역의 주민이 얼마인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도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남아시아 지진해일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자연 앞에서는 얼마나 무력한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자연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인지도 모른다. 쓰나미보다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수단의 다르푸르다. 다르푸르에서는 바로 사람에 의해 쓰나미 못지않은 인명손실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003년 2월부터 지금까지 다르푸르 지역에서는 아프리카계 기독교 반군과 잔자위드라 불리는 북부 이슬람 민병대간의 무력분쟁으로 최소 7만여명이 숨지고 160여만명이 난민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슬람계 수단 정부가 자행한 만행을 견디다 못한 다르푸르 지역 주민들이 2년 전 독립을 주장하며 봉기를 일으키자 수단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민병대는 무차별적인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민병대는 인종청소라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최악의 인권유린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은 토착 흑인들을 이 지역에서 몰아내기 위해 어른이나 아이를 가리지 않고 성폭행을 저지르고 있다. 다르푸르 사태는 CNN과 AP통신 등 주요 외국 언론들에 의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재선과 함께 ‘2004년 10대 뉴스’로 선정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구촌은 다르푸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제사면위원회 등 국제기구와 일부 국가들이 수단 정부에 사태 종식을 촉구하고 있을 뿐이다. 남아시아 지역의 지진해일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가 유럽이나 미국 관광객인 반면 다르푸르에서는 이른바 강대국 시민이 없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해석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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