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벤처協 본분에 충실해야

임웅재 <정보산업부 차장>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최근 서로 다른 ‘2004년 매출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 통계를 발표해 기자와 투자자 등을 혼란스럽게 했다. 중기청은 지난달 20일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코스닥 벤처기업이 22개로 전년(12개)보다 83%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코스닥 벤처기업 중 매출 14위(1,249억원)를 기록한 파워로직스를 빼먹는 실수를 저질렀다. 벤처기업협회는 28일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이 66개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스닥 상장기업 46개(벤처 23, 일반 23), 대창공업 등 거래소 상장기업 5개, 아이디에스 등 외부감사 대상 비상장기업 15개를 포함한 수치다. 협회에서 발표한 벤처기업 수가 중기청에서 발표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은 지금까지 한번이라도 벤처로 인증받은 기업들 가운데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곳이 아니라면 모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한번 벤처는 영원한 벤처’라는 협회 회장단과 주요 회원사들의 논리를 반영한 것이다. 협회와 벤처기업의 위상ㆍ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통계의 엄밀성을 저버린 셈이다. 협회는 66개 ‘전ㆍ현직’ 벤처기업들로 ‘벤처 1,000억 클럽’을 결성하고 향후 3,000억 클럽, 5,000억 클럽, 1조원 클럽(명예의 전당) 등도 만들 계획이다. 조현정 회장은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 발전의 핵심동력으로 자리잡았음을 새삼 확인하는 차원에서 클럽을 결성하기로 했다”며 “이들이 국내 벤처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벤처기업협회와 협회 회장단 등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1세대 벤처기업인들이 중견기업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데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협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들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축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협회에서 거론한 66개 ‘범(汎) 벤처기업’들의 지난해 총매출은 11조4,28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7% 증가했다. 특히 상위 10대 코스닥 벤처기업의 매출액은 2조4,446억원으로 71.7%나 늘었다. 수출실적이 있는 3,313개 벤처기업 중 지난해 수출액이 1억달러를 넘긴 곳도 휴맥스ㆍ레인콤ㆍ기륭전자 등 7개에 달했다. 벤처기업협회는 회원사들의 이 같은 성과를 발전시켜나가되 ‘한번 벤처는 영원한 벤처’라는 명목 아래 투자자와 벤처기업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행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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