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은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푸는 조건으로 IAEA의 이란 군사 시설 사찰을 주장하고 있고, 이란은 군사 시설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이를 사찰하는 행위는 주권 침해라면서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쟁점이 된 이란 군사 시설의 대표적은 곳이 고폭(기폭) 실험장이 있는 이란 북부 파르친과 이와 가까운 포르도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다. IAEA는 파르친의 고폭 실험장 사찰을 이란에 수년간 요구해왔지만 거부당했다.
군시설 사찰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의 갈등은 4월 2일 협상 잠정타결 직후부터 불거져왔다. 미 국무부가 당시 낸 ‘팩트시트’에서 IAEA의 사찰 범위와 관련, “IAEA가 나탄즈와 포르도의 우라늄 농축 시설 등을 포함해 이란이 최근 가동한 모든 핵시설을 현대적 감시 기술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해석하면서다. 미국은 “이란은 의심스러운 장소 또는 비밀스러운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을 허용하도록 요청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란 군시설도 사찰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은 IAEA의 특별 사찰은 허용할 수 없고 군사 시설 사찰은 더더욱 가당치 않다고 맞서왔다. 지난주 이란 의회가 가결한 ‘이란의 핵주권과 성과 보호에 관한 법률’은 ▲IAEA의 일반 사찰 외 군사·안보 시설 사찰 금지 ▲평화적 핵기술의 무제한적 연구·개발 ▲이란의 합의 이행과 동시에 유엔·미국·EU 제재 해제가 골자다.
대이란 제재의 해제 시기와 방법도 자칫 핵협상 판 자체가 깨질 수 있을 만큼 민감하고 중요한 쟁점이다. 미국 등 서방은 이란이 핵프로그램 제한 조건을 이행하는 상황을 보고 점진적으로 해제하되 이를 어길 경우 다시 복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란 정책의 최후 결정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23일 “협상 타결과 동시에 미국·EU·유엔의 제재가 모두, 그리고 영구히 풀려야 한다”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최고지도자의 지침인 만큼 이란 핵협상팀이 이보다 더 뒷걸음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핵협상 최대 난제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