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은발의 전신
제3보(29~48) 체력을 믿고 싸우겠다
앞에서 창하오가 일찌감치 실수를 했기 때문에 백이 편한 흐름이 되었다. 흑29는 주문이 담긴 수. 백이 1에서 3으로 끊으면 백 1점이 차단되는데 지금 창하오는 그것을 은근히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흑10까지 되고 보면 흑은 1점을 미끼로 삼아 실리를 매우 크게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간파한 조훈현은 30으로 슬쩍 물러났다가 32, 34로 도리어 우변의 실리를 차지했다.
흑43으로 움직인 것은 매우 공격적인 착상. 1년 전 후지쯔배 결승에서 과감한 공격을 보류했다가 패한 창하오는 조훈현 타파법을 자기나름으로 깊이 연구한 것으로 보인다.
전야제 인터뷰에서 창하오는 말한 바 있다. “실력도 경험도 조선생에 뒤지지만 젊은 만큼 체력을 믿고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한편 조훈현은 겸손하게 응수했다.
“적지에서 싸우는 것이므로 져도 여한은 없습니다.” 이 인터뷰를 지켜본 한국측 기자 한 사람이 재미있는 해석을 했다. “창하오의 얘기를 뒤집으면 조훈현은 체력적으로 열세라는 얘기가 되고 조훈현의 얘기를 뒤집으면 자기가 또 이겨도 너무 화를 내지 말아 달라는 얘기가 된다.”
/노승일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05-17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