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IPTV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국회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의 일정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본회의 일정을 일주일 앞두고 지난 15일 오후에만 두 번이나 7차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렸고 19일 오후2시에는 8차 회의가 열렸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논의와 비교해 보면 신속하게 법안처리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기관들과 사업자, 그리고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서까지 이렇다 할 결론 없는 공방을 거듭해 온 인터넷 프로토콜 TV(IPTV)에 대해 늦게나마 국회가 해법을 제시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동안의 숙고가 무색해질 만큼 법안처리 과정이 졸속이라는 평가를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논의의 과정에서 특히 숙고할 점은 통신과 방송 분야의 사업자들이 서로의 영역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지금, 자칫 어느 하나의 서비스에 대한 규제 범위를 잘못 설정한다면 다른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연쇄적인 혼란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IPTV서비스와 케이블 사업자들이 제공하고 있는 디지털케이블TV 서비스의 본질을 비교해보면 사실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 통신사업자들은 IPTV를 통신류(類)의 서비스로 정의하고 유료방송서비스와 차별화된 규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보편적인 논리로 따져볼 때 이는 사실 설득력이 부족하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실시간방송이 빠진 하나TV와 메가TV라는 소위 IPTV 전 단계의 서비스가 디지털케이블서비스인 DV 가입자 수를 넘어섰다고 한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에서 벗어난 디지털방송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지역단위의 영업을 하는 케이블 사업자들이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통신 사업자들에게 벌써부터 시장 열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망의 개방성, 동등접근 및 비차별성 보장에 대한 부분이 정립이 안돼 포털사업자 등 다양한 사업자들의 참여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융합서비스가 가능한 망 인프라를 보유한 케이블TV 사업자마저 경쟁에서 절대적 열세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유료방송서비스 산업의 건전한 발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해외 사례처럼 인터넷전화(VoIP)가 유선전화의 대체서비스로 정착이 돼 있고 케이블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의 규모가 대등한 상황에서 IPTV서비스가 제공된다면 경쟁구도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방송과 통신서비스 사업자 구도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현재 IPTV 도입 관련 논란의 핵심의제인 사업권역 문제와 KT의 자회사 분리 문제를 접근해 보자. KT는 IPTV서비스에 있어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고 전주·관로 등 융합서비스를 위한 필수설비도 보유하고 있다. IPTV 시장에 그대로 진입한다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 간 다툼이 끊이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과거 공기업이었던 KT를 민영화할 때 민간사업자들과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기대했지만 필수 설비인 시내망을 그대로 보유함에 따라 지금까지 타 사업자와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국ㆍ일본ㆍ미국 등 선진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관들이 일찌감치 경쟁 상황에 맞게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게 강제하고 있는 구조 및 조직분리 현황에 견줘볼 때 우리나라와 같이 특정 사업자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거나 신규 서비스의 허가 및 규제완화에 대한 엇박자 현상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결국 IPTV의 법안마련 과정의 최대 논점 중 하나로 대두돼 있는 KT의 자회사 분리 문제는 케이블TV는 물론 KT와 경쟁관계에 놓인 여타 통신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KT의 자회사 분리를 통한 IPTV서비스의 진입여부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 공정한 경쟁구도를 마련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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