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임의사를 밝힌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 후임으로 게리 로크 현 상무장관을 지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장관급 인사가 중국 대사로 기용되는 것은 이례적으로 미국이 대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킴으로써 이른바 '주요2개국(G2)' 국가로서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양국의 협력 파트너 관계를 보강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이르면 8일 로크 장관을 주중 대사로 공식 임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현직 상무장관을 주중 대사로 기용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며 양국 간 첨예해지는 무역분쟁을 원만하게 조율하려는 행보로도 분석된다.
또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익숙한 중국계 미국인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중국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중국계 이민 3세인 로크 장관은 중국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미 상무장관에 오른 인물로 그가 주중 대사로 공식 임명되면 역시 중국계 인사로는 최초로 주중 대사에 부임하게 된다.
베이징의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과거 주중 대사는 차관보나 차관급이 주류를 이뤘다"며 "이번 상무장관 임명은 미국이 그만큼 대중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미국 정부의 주중 대사 임명은 어떤 체계를 갖고 이뤄지지 않고 대통령과 친분이 있거나 정권창출에 공헌이 있는 '정실 인사' 경향을 보였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오바마 정부 들어 양국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장관급이나 주지사 출신 등을 발탁하는 것을 볼 때 시스템에 의한 인사체계가 잡혀가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중 관계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당국이 주중 대사에 중국계인 로크 장관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크 장관은 지난 1997년부터 8년간 태평양에 접한 서부의 워싱턴 주지사를 지냈으며 상무장관에 재직하면서 미중 교역확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헌츠먼(공화당ㆍ전 유타주지사) 현 주중 대사는 오는 2012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하기 위해 다음달을 기해 대사직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직후인 2009년 5월 공화당 인사인 헌츠먼을 주중 대사로 기용한 것은 당시 대선 후 통합과 화합의 상징으로 주목 받았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계 인사를 중심으로 새 내각을 꾸리려는 오바마 대통령이 상무장관직에 친기업 인사를 등용하기 위해 로크 장관을 중국 대사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