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사측과 외환은행 노동조합 간의 조기 통합 협상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1차 합의가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외환은행의 강경파에서 지주 차원의 사전 통합 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 하나금융 사측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사항이어서 연내 합의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결국 관건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외환은행 강성 노조 집행부의 입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조기 통합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21일 "양측의 협상이 말 그대로 '깔딱 고개'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고지를 넘어서면 연내 1차 합의가 가능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협상은 2월까지 지리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양측 통합협상 대표단은 지난 5일부터 질적인 '킥오프(개시)' 협상을 시작한 데 1차 합의문의 초안 내용에 대해서도 거의 의견 접근을 보았다. 통합 협상 기구에서 논의할 주제를 포함한 큰 틀을 마련해 놓았다는 것이다.
통합협상대표단은 사측 4명, 노조 4명으로 구성됐다. 사측에서는 권태균 전무, 김재영 상무, 주재중 전무, 오상영 전무 등이 참여하며 노조 측에서는 김지성·김기철 등 전 노조위원장과 김태훈 노조 부위원장, 박상기 숭실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조기 통합에 따른 직급 체계와 보상금 등 구체적인 사항은 1차 합의 이후 추가 협상을 통해 합의해나가는 방식이다.
문제는 통합협상 대표단의 핵심 축인 김기철 전 위원장 등이 통합협상대표단 운영과 별개로 사측이 가동 중인 통합추진위원회의 사전 통합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추위는 정광선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위원장을, 이우공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단장을 맡고 있으며 통합신청 및 전산통합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노조와의 합의가 없는 사전 통합작업을 중단하라는 얘기인데 사측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이 때문에 강경파 노조의 이 같은 목소리가 사측의 입장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인데 이에 맞춰 협상을 최대한 빨리 갈무리하고 싶어한다. 노조는 내년 2월께까지 끌고 가면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훨씬 더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노조가 '시간'을 무기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 이익을 위해 사전 통합의 실무 작업 자체를 중단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거는 것에 대해서는 노조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협상 이후 신속한 통합작업을 위해 사전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경영진의 의무인데 이를 막는 것은 경영진에 일상적인 업무를 '해태'하라는 것이자 심하게 해석하면 '태업'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연내 1차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의 관건은 사전통합작업을 계속하되 여기에 대해 노조가 용인할 수 있도록 어떻게 명분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