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9월 8일] 中企 공정경쟁 환경조성 시급

일전에 산업연구원에서 주관하는 창업규제 축소를 위한 연구모임에 참여한 일이 있었다. 논의의 중심은 중소기업 창업이었고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정책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를 들을 수 있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대기업의 중소기업 특성화 시장에의 진입제한과 같은 내용도 있었지만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의 요지는 금전적인 지원이었다. 장기비전은 지재권 축적에 달려 그런데 금전적인 지원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해당 중소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으로는 문제가 있다. 정부에 의한 자금의 분배는 도덕적인 해이의 문제를 낳게 되고 이러한 가능성을 알고 있지만 누가 건전한 성장을 염두에 두는 중소기업인지, 아니면 '먹튀'인지 알 수 없는 '레몬시장(lemon market)'에서 자금을 분배해야 하는 정부는 자금지원에 대한 단기적인 성과를 바라게 된다. 결국 단기과제에 집중하는 중소기업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구상하기 어렵게 되고 중소기업정책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중소기업 정책의 중요한 한 축은 중소기업의 지식재산 축적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의 중소기업정책은 한국기업의 혁신성을 높일 것이다. 이를 위한 중요한 과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과 관련돼 있다고 본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센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는 기술혁신을 크게 '점진적 기술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파괴적 기술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구별했다. 점진적 기술혁신은 기존의 기술을 개량하고 발전시키는 것으로 중소기업은 결코 기존의 대기업을 이길 수 없다. 기존의 판을 바꾸는 파괴적 기술혁신을 주도해나갈 기업들은 중소기업이다. 사실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이라도 선도기업이 결정적인 경영상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선도기업을 기존 기업이 뒤집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보기술(IT)업계에서 한물간 것으로 평가 받았던 애플이 부활해 주요한 시장참여자가 된 것은 새로운 경쟁의 판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팟ㆍ아이폰ㆍ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일련의 혁신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 애플이 기존 시장을, 기존 플랫폼을, 기존의 판을 그대로 두고는 기존 경쟁자를 앞지를 수 없다는 절박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존의 시장을 과감히 파괴하고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내놓았다. 중소기업도 애플처럼 기존 시장에서의 점진적인 혁신이 아닌 파괴적 혁신으로 시장을 재편하고자 하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다. 이 절박함에 정부의 IT 금융정책이 기술개발을 위한 '마중물(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인위적으로 붓는 물)' 역할을 하고 혁신성이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장동력으로 지속되도록 하기 위한 지식재산권 정책의 수립과 운용이 결합된다면 '혁신 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재권 불공정 거래관행 막아야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은 상업화를 위한 펀드 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의 창출과 상업적 활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유통시장의 확보, 그리고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식재산권에 대한 불공정한 거래관행 감시라는 일련의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결국 중소기업정책에 있어 불공정한 거래관행 감시 및 시정에 있다. 그리고 집행의 핵심은 단기적인 거래 조건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의 파괴적 혁신을 위한 궁극적인 원천이 될 지식재산권에 있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지식재산기본법(안)과 기본계획에 이런 점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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