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1월 19일] 미술관 아카이브와 한국미술의 국제경쟁력

지난주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영상과 무용 그리고 재즈가 어우러진 공연이 열렸다. '미디어 아카이브 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아르코미술관의 아카이브를 대중과 소통시키기 위해 기획된 이 행사는 깊어가는 가을밤의 낭만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이벤트였다. 하지만 관객들은 다소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미술관에서 웬 재즈 공연이며 '아카이브'라는 용어 자체도 생소한 터였다. '아카이브(archive)'란 영단어 뜻 그대로 '특정 분야의 자료를 모으는 일' 또는 '자료의 수장고', 보관돼 있는 '기록'을 뜻한다. 따라서 미술관의 아카이브란 전시와 관련된 연구결과나 기록물을 수집하고 활용하는 시설 또는 기능을 말한다. 최근 미술관의 아카이브 기능이 강화되고 있는데 특히 멀티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전략화ㆍ네트워크화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대미술은 작품의 결과물만이 아니라 창작과정 자체가 예술이 되고 사회와의 소통 자체가 예술의 중요한 영역이 되기 때문이다. 단순한 연구나 창작과정의 기록을 넘어서 아카이빙(archiving) 자체가 중요한 예술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것. 따라서 아카이브는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또 다른 창작과 소통공간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작가들의 생생한 발언뿐만 아니라 작업과정과 토론, 관람자들의 참여과정들을 포함한 다양한 미술관의 기능을 생산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진국의 경우, 미술 아카이브를 전략적으로 특화시켜 '시각예술의 국제적 허브'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런던의 Iniva(Institute of International Visual Art)나 홍콩의 AAA(Asia Art Archive)가 대표적인 기구다. 특히 AAA는 아시아 작가들에 관한 자료로 특화된 콘텐츠를 구축해 아시아 미술에 관심을 가진 미술관과 작가, 기획자들이 앞다퉈 이곳을 방문하도록 유도한다. 이렇듯 미술품의 컬렉션이나 전시뿐만 아니라 아카이브와 아카이빙이 향후 미술관의 역량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한국 미술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 방편으로서 정보기술(IT) 산업이나 인터넷 기반의 강점을 활용한 미술관 아카이브 구축과 콘텐츠화에 획기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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