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평화의 싹' 움튼다] 소득 3만弗시대의 열쇠 현대차 "국내 첫선 중국車 보고 정신이 번쩍" 산업현장 곳곳서 투쟁가 대신 "상생" 구호노조 "생산이 먼저" 항구적 무파업·임금동결 잇따라소모적 파업에 염증 집행부에 과감히 반기 들기도 김성수 기자 sskim@sed.co.kr 관련기사 [노사평화 원년 열어라] 소득 3만弗시대의 열쇠 노사화합 '중진국 덫' 벗어나자 "파업 없으니 힘들어도 일할 맛 납니다" [한국건설 60년] 故정주영 명예회장 '이제 현대차 파업 얘기만 들으면 신물이 납니다. 멋 모르고 쏘나타를 산 것이 이렇게 후회스러울 때가 없어요." 지난 1월 성과급 지급을 둘러싸고 촉발된 현대차 노조 파업에 쏟아진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였다. 만성적인 노조 투쟁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이제 강력한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만큼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글로벌 시대의 치열한 경쟁구도를 맞아 국민들의 안목과 비판의식이 한단계 높아졌다는 얘기이자, 노동운동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는 생존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현재. 현대차 생산현장 곳곳에 노사화합의 새로운 기운이 확산되고 있다. 소모적인 파업투쟁에 염증을 느낀 조합원들이 정치투쟁 일변도의 집행부에 과감하게 반기를 드는가 하면 민주노총 등 기존 조직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도 등장하고 있다. ◇산업현장을 휩쓰는 변화의 물결="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영목표 달성만이 우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앞으로 노조활동의 초점을 조합원 복지와 경영진과의 상생에 맞추겠다." (김홍렬 코오롱 노조위원장) 한때 강성노조의 대명사로 지목됐던 코오롱 노조는 지난해 민노총에서 탈퇴한 데 이어 4월 창사 50주년을 맞아 경영진과 손잡고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해 신선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과거 강경투쟁이 가져온 참담한 결과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옥쇄파업까지 겪었던 쌍용차는 올초 전환배치를 단행하면서 1ㆍ4분기에 92억원 흑자라는 놀랄 만한 성과를 거뒀다. 판매가격 대비 생산원가는 몇 달 새 79%로 뚝 떨어졌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노사합의를 통해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도입한 전환배치가 회사의 숨통을 트이게 해줬다"면서 "노사간에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니 장벽이 저절로 사라지더라"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다. 한때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었던 SKC 노사도 '항구적 무분규' 대열에 과감히 동참하는 결단을 내렸다. 임관빈 SKC 노조위원장은 "86년 5월 노조 출범 이후 21년은 단 한번의 파업이나 분규 없이 노사 간의 신뢰를 쌓는 소중한 기간이었다"며 "경영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회사가 성장하고 노조원들의 복지도 개선된다면 파업은 더 이상 노조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고 활짝 웃었다. 동양그룹에 인수된 한일합섬 노조도 이미 올해와 내년 2년 간의 단체교섭권을 회사에 전적으로 위임했으며 GS칼텍스와 LG필립스LCD 노조도 어려운 경영환경을 감안해 임금동결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장벽을 허물면 미래가 보인다=일본 도요타 역시 오늘날의 노사평화에 이르기까지 값비싼 대가를 겪어야 했다. 노조 측은 50년대에 채권단의 구조조정 압력에 맞서 50일간 격렬한 파업을 벌였다. 결국 전체 근로자의 25%인 1,500명이 회사를 떠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노사간 대립은 양쪽 모두에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결국 오늘의 글로벌 톱으로 일궈내는 발판으로 작용했다. 전운배 노동부 노사협력복지팀장은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근로자들과의 협력이 절실해졌고 근로자들은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역시 기업들과의 협력을 필요로 하게 됐다"면서 "급변하는 경제환경과 노동시장의 구조변화 속에서 노사는 상생과 협력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대한전선은 제도도입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불신과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회사에서 노조원을 속이고 노조를 분리하려는 음모라는 비난마저 제기될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 제도 도입 이후 현장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조합원들은 나이를 먹어도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제도 도입을 마음 속으로 환영하고 있다. 노사 불신이 사라진 뒤에 생겨난 값진 결실이 아닐 수 없다. ◇대립을 넘어 함께 뛰자=현대차 관계자들은 이달 15일 국내에 첫선을 보인 중국산 자동차를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다음달 1일부터 한강 유람에 투입될 버스는 중국산 자동차의 상륙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겉모습만 보면 국산 차량과 엇비슷해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안방시장마저 중국에 빼앗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기업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은 노사 모두에 새로운 각오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중국 등 경쟁국들이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원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과감히 기득권을 포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경영진 역시 노조를 진정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현장 근로자들의 속사정까지 보듬을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국가와 경제ㆍ기업을 살리는 데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인식 아래 노사평화가 기업경쟁력의 초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하반기 노사관계 개선될것" 25% 서울경제, CEO 150명 설문…절반이상은 "작년과 비슷" "지난해보다 다소 안정됐으면 좋겠다."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150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노사관계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5.0%가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다. 어려운 경제환경에 대해 노사가 시각을 공유하고 있고 여론이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아 노조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지만 노사갈등이 이제 그만 치유단계에 들어가기를 원한다는 기대도 상당히 담겨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CEO들은 여전히 한국의 노사문제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이 절반 이상(53.6%)을 차지했다. 다소 불안해질 것(18.6%), 크게 불안해질 것(2.1%) 등 노사갈등 격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20.7%였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갈등의 소지가 많아진다는 점과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노조의 정치적 활동 등이 하반기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보는 요인으로 꼽혔다. 입력시간 : 2007/06/18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