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회장 사재출연의미] 삼성자동차 '종점'까지 왔다

대우의 삼성자동차 인수협상이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의 사재(私財) 출연 방침으로 급진전될 전망이다.삼성과 대우는 그동안 삼성자동차의 인수가격에 대해서는 대체적인 합의를 이뤄냈으나 4조원대에 달하는 삼성자동차의 부채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부채를 누가 부담하느냐가 쟁점. 그러나 李회장이 사재를 출연할 경우 채권단도 이에 상응하는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돼 삼성그룹 계열사와 李회장, 그리고 채권단이 삼성자동차의 부채를 나눠 떠안는 형식으로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자동차 협상 왜 지연되나= 삼성자동차의 총부채는 4조3,000억원규모. 이중 자산가치를 뺀 순부채와 협력업체의 손실액 등을 합하면 3조원이상의 부담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느냐가 남은 과제다. 삼성측 그룹 계열사와 채권단이 3조원을 나눠 부담하자는 입장이다. 삼성자동차에 투자한 삼성전자(지분 21%), 삼성전관(7%), 삼성전기(6%), 삼성중공업(3%), 삼성에버랜드(1%) 등 5개 계열사가 일정 부분의 부채를 나눠 갖고 채권단도 일정규모를 출자전환,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자동차의 최대주주인 아일랜드계 투자회사 팬퍼시픽(31%)은 현재까지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팬퍼시픽이 삼성전자의 유령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다른 최대주주인 삼성 임직원(31%)은 감자(減資)에 따른 손해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삼성측 계열사가 부채를 떠안는데 대해 내부거래문제와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장애물이다. ◇총수책임론=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당국은 채권단이 삼성자동차에 무보증으로 대출해줬더라도 이는 「삼성」이란 그룹의 신용도를 감안한 것인 만큼 여론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책임을 그룹과 李회장이 부담해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그룹 계열사와 李회장의 책임을 묻는다는게 법적으로 다소 무리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李회장이 삼성자동차의 「사실상 이사」의 역할을 해왔던 만큼 이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李회장의 사재 출연을 적극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李회장의 사재 출연을 압박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강하게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룹과 李회장의 도의적 책임문제는 삼성이 자체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지, 정부측이 강요할 문제가 아니라는 반발이다. 스스로 먼저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상황을 만들어줘야지, 정부의 강압에 떠밀려 사재를 출연하는 모습은 곤란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李회장이 출연하는 돈은 협력업체들의 손실 보상금(6,000억원규모 추정)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부채상환이라든지, 대우에의 보상이라는 식으로 사재를 출연하는 것보다는 삼성자동차 협력업체들에 대한 보상으로 처리하는게 훨씬 모양새가 좋을 것이라는 얘기다. 투자실패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불가피하게 협력업체들에게 끼친 손실을 기업 총수가 보상하는 형식을 취할 것이란 분석이다. ◇사재 출연규모=李회장은 3,000억~5,000억원규모의 사재를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재 출연이 법적인 책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총수의 도의적 책임,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에 대한 호응이라는 측면을 감안할때 정부나 여론이 납득할 수 있는 최대규모를 내는게 바람직하다는게 삼성의 판단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만약 사재를 출연한다 해도 적게 내면 도리어 안내는 것만 못한 것 아니냐』며 『그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사재출연 범위를 잡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회장의 개인재산이 남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삼성의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최근 여론의 동향과 삼성측 사정을 고려할 때 3,000억원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자동차 빅딜 전망=李회장이 3,000억~5,000억원대의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채권단도 일정 부분 부담을 면키 어렵게 된 상황이다. 투자실패에 대해 기업총수가 책임을 진 만큼 금융기관 역시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힘들게 되었다는 논리다. 따라서 사재 출연을 계기로 삼성그룹 계열사와 채권단이 부채를 분담하는 마무리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손동영 기자 SONO@ 고진갑 기자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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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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