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병재 현대자동차 사장(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전문경영인)

◎“원칙 중시” 차업계 마당발/생산서 수출·품질관리까지 두루 거쳐/동구·중 등 권역별 현지공장 구축 박차/“남양연 가동… 세계적 중형차 메이커 성장 시간문제”『난 재미없는 사람입니다.』 서울 종로구 계동사옥 8층 집무실에서 만난 박병재 현대자동차사장(55)은 대뜸 자신을 이렇게 규정한다. 박사장의 하루일과를 보면 수긍이 간다. 상오 7시에 출근해 정세영 명예회장, 정몽규 회장, 전성원 부회장 등과 톱경영자 티미팅으로 시작되는 하루 일과는 오전 중 내부결재와 현안문제를 챙기고 오후부터는 주로 해외 딜러나 방문객 접견에 할애된다. 수출국이 1백70여개국에 이르고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VIP급 방문자가 더욱 많아졌다. 『일주일에서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는 이들과 저녁식사를 합니다.』 울산 단일 공장체제에서 전주, 아산공장 등 다공장체제로 접어들었고, 남양만 연구소까지 가동되면서 이동공간도 넓어졌다. 전주­아산공장­남양만연구소는 주로 헬기로 이동하고 울산공장은 비행기로 오간다. 박사장은 요즘 1년의 3분의 1은 외국으로 나간다. 해외사업을 챙기기 위해서다. 너무 늦어서 서두는 것은 아닐까. 『항간에는 현대의 해외현지공장 진출이 늦어졌다고도 하는데 잘못된 시각입니다. 해외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핵심은 인력과 기술, 자본입니다. 현대는 이런 조건과 현지시장, 투자여력에 맞춰 무리하지 않고 탄탄한 중장기 계획에 따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대는 현재 건설중인 터기와 인도를 대규모공장으로 육성하고 동구, 러시아, 중국, 남미 등 권역별로 현지공장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박사장은 현재 자동차는 물론 우리 경제가 위기라는데 공감한다. 그러나 그는 「위기=발전」을 강조한다. 『위기가 있어야 빨리 자생력을 갖추고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때는 정신자세가 제일 중요하다』는 그는 『지금이야말로 버블 버려야 할때』라고 강조한다. 『사람이 사는데는 원칙이 있으며 원칙의 테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는 박사장은 『말보다 실천하는 부하가 가장 믿음이 간다』는 부하론을 갖고 있다. 대신 그는 『최고경영자는 회사와 종업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위기관리능력을 갖춰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사장은 『기술이 경쟁사에 비해 높고 직원간 응집력, 단결력이 가장 높은게 현대의 강점』이라며 『반면 해외에서 중형급이상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아직 낮은건 약점』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러나 현대는 국내서 가장먼저 자동차사업을 시작한 전통있는 기업입니다. 질적성장의 기본은 기술개발인데 세계적인 규모의 남양연구소가 가동에 들어갔고 우수인재가 많아 이를 극복하는 것은 시간문제지요.』 박사장은 정보의 공유를 특별히 강조한다. 현대는 지금 각층에 흩어져 있던 전무이상 본부장 집무실을 일반직원들에게 내주고 통합 본부장실을 만드는 작업을 한창 진행중이다. 정보의 공유를 위해서다. 『별도로 시간을 내서 업무를 협의할게 아니라 수시로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서 결정한겁니다. 현대의 기민한 액션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현대에 대한 관심중에 톱경영자들간의 조화도 빼놓을 수 없다. 박사장은 『정회장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정명예회장, 전부회장 등이 이를 보완하는 등 경영층이 「노련미+신선미」의 조화를 이뤄가고 있다』며 팀웍을 강조한다. 사원들의 좌석을 햇빛이 잘드는 창가로 배치하고 있는 것도 정회장의 아이디어다. 독실한 기독교신자(강남 광림교회)인 박사장은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본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대학동기인 부인과 연애결혼할 정도로 「낭만적인 사람」 이라고 측근은 전한다. 『건강관리요. 밤 10시쯤 아파트나 호텔, 연구소 등 숙박지 부근을 매일 30분간 산책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내 자동차업체 사장 가운데 유일하게 기획 ,수출, 생산, 품질관리 등의 분야를 두루 거친 독특한 경력의 마당발이다. 그의 취임 2기 행보에 국내 업체는 물론 해외메이커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나는 자동차와 한평생을 보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발전과 새로운 자동차문화를 형성하는데 보내고 싶습니다.』 그의 인생설계는 자동차 그 자체다.<정승량> □양력 ▲42년 경북 문경생 ▲경북 문경고·연세대 경제학과 ▲육군소위(ROTC) 전역 ▲68년 현대자동차 입사 ▲77년 기획실 부장 ▲87년 캐나다지사장 ▲90년 기획·관리·해외사업·부품개발 담당 부사장 ▲92년 울산공장장 ▲96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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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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