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카드발급 가능… 고객 유출·경쟁 심화 불가피
"수수료 무료" 내세운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도
영향력 커지면 영역 싸움
P2P 대출 등 수익원 창출… 새 틈새시장 적극 발굴해야
카드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핀테크 시대 개막으로 결제 시장이 재편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업체와 제조업체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논쟁과 최고금리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 악화를 고민해야 하는 형편이다. 카드사들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돌파구가 될 만한 '카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머지않은 미래에 카드 산업이 어떤 도전에 직면하게 되며 생존과 성장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3회에 걸친 기획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
전자 및 정보기술(IT) 업체가 주도하는 새로운 결제 방식 '페이'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카카오페이에 이어 지난달에는 네이버페이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는 9월 삼성페이 도입도 예고돼 있다. 새로운 결제 플랫폼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카드 업계의 반응은 담담한 편이다. 어떤 '페이'든 결국 카드 결제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카드사 고객의 결제 편의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봤으면 봤지 고객을 잃지는 않는다는 것이 카드 업계의 판단이다. 실제로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는 카드사에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플랫폼이라는 사업의 성격 자체가 유료 서비스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고객을 더 오랜 시간 묶어놓는 것이 당면 과제인 탓이다. 이렇게 조금은 느긋한 상황이 내년부터는 달라진다.
내년 상반기로 예고된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용카드업을 할 수 있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 등 은행계 카드사와 삼성·현대와 같은 기업계 카드사, 결제망 사업자인 BC카드까지 오랫동안 안정적인 경쟁구도를 지켜온 카드 업계가 새로운 도전자, 그것도 서비스 수준을 예측하기 힘든 경쟁자를 만나야 하는 것이다.
아직 인터넷전문은행의 구체적인 윤곽이 그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결제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금은 네이버에서 네이버페이로 상품을 결제한다고 해도 어떤 카드사의 카드를 선택해 해당 카드사가 결제 업무를 처리한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자체 카드 발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비스 수준에 따라 기존 업체가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
카드사의 한 임원은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는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카드 시장 초기 진입을 위해 강력한 프로모션을 할 경우 경쟁 심화와 고객 유출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 교수는 "특히 다음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ICT 업체가 시장에 참여할 경우 ICT 플랫폼 기반의 킬러 콘텐츠나 서비스를 내세워 카드사의 기존 고객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 장기적으로는 이들 업체의 서비스에 익숙한 청소년이나 청년층을 고객으로 확보할 여지도 많다"고 분석했다.
지금은 무료 방침을 내건 다수의 '페이'들도 언제 반격할지 알 수 없다. 한 카드사 임원은 "거대한 고객 기반을 갖춘 간편 결제 플랫폼을 이용함으로써 카드사들은 모바일 결제 시장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결제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수수료 인상 등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은 물론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카드 업계도 이 같은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변모하고 있다. 실물 없는 모바일카드를 발급하고 신한카드가 업계 최초로 스마트워치 결제를 도입했다. 삼성카드가 배달 업체들을 위해 모바일로 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는 앱포스(App POS)를 내놓았고 신한카드 역시 비대면으로 결제가 가능한 앱카드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가맹점을 위한 결제 서비스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비금융사와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올 들어서 KT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권정보 서비스, 카드 부정 사용 방지 시스템 강화와 결제·인증서비스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NHN엔터테인먼트와는 모바일 결제 활성화를 위한 결제 인프라 구축 및 핀테크 기반 해외 연계 사업과 게임 콘텐츠 간편 결제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은 기존 결제 편의성을 조금 더 끌어올리거나 카드 결제 데이터 등에 기반한 마케팅 등 기존 업무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서비스만 출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 허용과 같은 변화의 시기에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참여자로 나서 새로운 서비스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 교수는 "정체돼 있는 카드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틈새시장을 발굴해야 한다"며 "인터넷은행 출범 등을 발판삼아 카드사가 P2P 대출 등 새로운 금융에 나선다면 조달이나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